[까2] 큰아들 양육에 무관심한 표도르

2021. 5. 21. 21:53고전 읽기

표도르는 자신에게 큰아들 미짜가 있는지조차 잘 모를 정도 아들 양육에 무관심하였습니다. 자신의 집을 '음란의 소굴'로 만드는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살이던 미짜는 표도르의 충직한 하인 그레고리가 키웠습니다. 그레고리가 아니었다면 미짜는 일찍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미짜의 후견인을 자처하여 그 아이를 데려간 건 미짜 모친의 사촌 오빠 뾰뜨르 알렉산드로비치 미우소프였습니다. 하지만 뾰뜨르는 아직 총각이었고 큰 부자였지만 방랑벽이 있어 미짜를 키울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미짜는 사촌 숙모와 시집간 딸 중 한 사람 등의 손에 맡겨졌고 그 뒤로도 네 번씩이나 거쳐를 옮겨 다녀야 하였습니다. 그래도 아버지 표도르 집에서 자라는 거보다는 나았을 겁니다. 비록 눈칫밥을 먹고 자라긴 하였어도 외가쪽은 큰 부자였고 귀족 집안이었기에 경제적 형편에 구애 받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입니다. 미짜는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않고 군사 학교에 들어가 군인이 되었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습니다. 작가에 따르면 미짜는 어머니가 남긴 재산이 있었기에 어른이 되면 독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자라난 유일한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다 마구 낭비하였기에 많은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미짜는 성인이 되면 아버지 표도르를 찾아가 모친이 자신 앞으로 남긴 유산을 받을 계획이었습니다. 그걸 믿고 돈을 마구 탕진하였으나 자신이 받을 유산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조차 잘 몰랐습니다. 표도르는 자신이 영지에서 거두는 수입이나 가격이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교묘히 그것을 이용합니다. 큰아들 미짜가 찾아올 때마다 푼돈을 쥐어 주거나 그에게 송금해 주고는 나중에는 미짜가 더 이상 돈을 요구할 권리가 없고 오히려 자신에게 빚을 졌을지도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미짜는 표도르의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고 바로 이런 상황이 까라마조프가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 옵니다. 

 

작가의 배경 설정을 보면 다소 비현실적입니다. 아무리 개차반인 아버지라도 자신의 아들이 어디서 자라는지조차 무관심할 정도인 사람은 드물 겁니다. 또 그런 아이를 데려가 키우겠다며 후견인이 된 자가 불과 얼마 뒤 아이를 다른 친척에게 맡기고 외국으로 훌쩍 떠난다는 사실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친척들 손에서 자라난 아이가 어른이 된 뒤 자신이 받아야 할 상속 재산 규모조차 모른 채 부친을 찾아가 막연히 상속 재산을 요구하고 푼돈만 계속 받는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설정의 비약이 심한 편이나 그 가운데 가장 으뜸은 표도르가 큰아들에 철저히 무관심한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큰 아들 미짜란 존재 자체를 처음부터 귀찮아 하며 외면하였습니다. 상속 재산을 받고자 어른이 된 미짜가 찾아왔을 때도 자신의 애써 축적한 재산의 일부를 빼앗아 탕진하려는 '얼간이' 정도로 밖에 생각지 않은 거 같습니다. 표도르와 미짜는 닮은 구석이 있다. 그들은 둘다 방탕한 생활에 젖어 있습니다. 하나 표도르는 재리에 밝았지만 미짜는 그런 능력이 없었습니다. 아마 이 차이는 미짜가 외가의 친척들 손에 자라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거의 겪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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