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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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박 모종 세 그루
밭에 가봤더니 복수박이 힘겹게 살아 있더군요. 심은 지 꽤 여러 날 지났는데도 넝쿨이 뻗기는커녕 겨우 생명만 유지한 상태로 보였습니다. 상토를 넣어 주고 물을 줬습니다. 본래 전에 수박 모종을 두 그루 심었는데 한 그루는 웬일인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말라 죽은 거 같습니다. 농약사에 가서 복수박 모종 세 개를 샀습니다. 한 그루는 교회 작은 텃밭에 심었습니다. 퇴비와 상토를 섞은 흙에 심고 물을 주었으니 자라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교회 작은 텃밭에 심은 까닭은 아무래도 자주 들여다 볼 수 있기에 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밭에는 나머지 두 그루를 심었습니다. 그러니까 기존에 있던 한 그루까지 하면 모두 네 그루의 수박 모종입니다. 그 중에 과연 수박 수확이 가능한 게 있을지는 모르겠습니..
2024.05.16 -
아버지가 만드신 벌멍덕
'벌멍덕'이란 게 있습니다. '멍석'은 들어 봤어도 '벌멍덕'을 들어보긴 처음이라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꿀벌 농사를 한 적 없는 분들에겐 낯선 명칭이겠지요. 더욱이 꿀벌 농사를 하였더라도 '양봉(서양종 꿀벌)'을 한 분이라면 벌멍덕을 모르실 수 있습니다. 벌멍덕은 주로 한봉(토종 꿀벌)에 쓰이니까요. 위 사진에 보시다시피 벌멍덕은 마치 곳깔모자처럼 생겼습니다. 다만 지푸라기를 두 손으로 꼬아 만듭니다. 아버지께서는 사십 대 후반경부터 한봉을 키우기 시작하셨습니다. 제 고향은 동네 안쪽에 깊은 산골짜기와 높은 산으로 둘러 싸여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드물지만 한봉이 분봉해 동네까지 날아오는 일이 벌어지곤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분봉해 날아온 벌을 받아다 꿀벌 농사를 시작하신 걸로 기억합니다...
2024.05.15 -
당근밭과 감자밭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렸습니다. 비를 맞고 들풀과 농작물이 눈에 띄게 올라왔습니다. 당근밭에는 당근싹이 발아하여 초록으로 뒤덮였고 감자밭 감자순들은 꽤 많이 자랐습니다. 감자밭에 돋아난 키 큰 풀 몇 개를 손으로 매 주었습니다. 어찌 된 건지 고구마순은 감감무소식이고 호박과 옥수수도 싹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2024.04.15 -
감자싹이 올라왔네요
봄비가 내리더니 감자싹이 올라왔습니다. 흙을 촉촉히 적신 빗물 먹고 밤새 올라온 모양입니다. 올해 씨감자는 농약사에서 사다 심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구매 신청한 곳은 품절이었습니다. 가격을 확인해 보니 농약사의 씨감자가 더 싸더군요. 같은 고냉지 감자인데 가격 차이가 컸습니다. 앞으로 맛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2024.04.04 -
'들개'에게 당했습니다!
새벽 1시경, 닭장에서 닭들이 푸드덕 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가 침탈한 게 틀림없었습니다. "족제비가 왔을까, 아니면 또 들개?" 잠자리에서 일어나 외등을 켠 뒤 닭장에 나가 보았습니다. 닭장 쪽을 비추는 외등은 수명이 다했는지 아주 희미하게 켜진 상태라 어두컴컴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현관 데크 밑쪽으로 덩치 큰 흰개가 쏜살처럼 도망쳤습니다. 닭장을 뚫으려고 하다가 인기척을 듣고는 달아난 겁니다. 다행히 닭장 자체는 뚫리지 않았습니다. 닭장 틈새를 벌이려 시도한 건지 닭장이 조금 이지러졌고 아래쪽 벽돌 두어 개가 나뒹굴어 있어 그걸 정리하였습니다. 방으로 들어간 뒤 아무래도 다시 올 거 같아 외등을 켜 둘까 잠시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손전등을 들고 닭장에 가서 닭장 상태를 좀 더 자세히 살폈..
2024.03.15 -
갓씨를 뿌렸습니다
집 부근 밭에 갓씨를 뿌렸습니다. 재작년 받은 씨앗인 걸로 기억합니다. 갓 두어 그루에서 꽤나 많은 씨앗이 나와 그동안 편지 봉투에 담아 두었습니다. 잊고 지내다가 오늘 빼닫이(서랍)에서 찾아내 밭에 뿌렸습니다. 파종기는 4월부터라는데 조금 이르지만 지금 심어도 괜찮을 겁니다. 편지 봉투로 가득하였으니 제법 많은 씨앗입니다. 과연 얼마나 돋아날지 궁금합니다. 갓이 돋아나 자라면 그걸 뜯어다가 김치를 담거나 걷절이를 해 먹어야겠습니다. 여수에서는 길가에서 야생 갓을 이따금 볼 수 있습니다. 그 정도 갓이 흔한 편입니다. 이번에 뿌린 갓씨도 심지 않았건만 저 혼자 자란 갓에서 거둔 겁니다. 교회 텃밭에서 무척 크게 자라나 노란 꽃을 예쁘게 피우더군요. 그 무성한 갓에서 많은 씨앗이 나왔습니다.
202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