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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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신비한 빛
사울이 길을 가다가, 다마스쿠스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환한 빛이 그를 둘러 비추었다.(행 9:3) 사울, 곧 다른 이름으로 '바울'인 그는 본디 그리스도인을 핍박하던 자였다. 예수를 따르는 자들을 색출해 감옥에 가두고 죽이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바울은 바리새인 출신이고 '율법 준수'를 생명처럼 여겼다. 유대인으로서 율법을 어기고 다른 '도'를 따르는 자들은 기어코 응징해야 한다고 보았다. 바울은 하나님이 그걸 바라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다마스쿠스에 기독교인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그곳으로 가던 중이었다. 다마스쿠스 근처에 이르렀을 때 그는 하늘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비추는 기이한 빛을 보았다. 이 빛을 보고 그는 땅에 쓰러졌고 눈이 멀고 말았다. 그때 한 음성이 들렸다. ..
2023.11.28 -
홍단풍나무 뿌리를 뽑다
솔샘정원 홍단풍나무 한 그루가 말라죽었습니다. 수령이 적어도 30년은 넘어 보이는 나무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홍단풍을 거의 한 해 내내 보았는데, 이토록 큰 나무가 갑작스레 말라죽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하였습니다. 죽은 나무를 베어내고 그 뿌리를 캐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위쪽 가지들이야 그리 어렵지 않게 톱으로 썰어내었습니다. 하지만 아래쪽은 너무 두꺼워 작은 톱으로는 톱질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단풍나무는 매우 단단한 재질이더군요. 뿌리를 도끼로 잘라내서 캐려고도 해 보았습니다. 빙 둘러서 도끼질을 하고 줄기를 흔들어 보았더니 나를 비웃듯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깊숙이 박혀 있었습니다. 별 수 없이 도끼질로 밑둥을 연필 깎듯이 조금씩 파내었습니다. 그런 다음 톱질을..
2023.05.04 -
쑥차를 만들었습니다
봄쑥을 뜯어 쑥차를 만들어봤습니다. 봄에 돋아난 쑥은 여러 모로 건강에 좋습니다. 여름철 쑥은 독성이 있어서 먹지 말아야 하지만 봄쑥은 사람 건강에 무척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쑥을 채취할 때 차량이 많이 다니는 도로변이나 농약을 뿌리는 농경지 주변은 피해야 합니다. 도로변 쑥은 외형은 좋아 보여도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또한 밭이나 논 부근의 쑥들은 농약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에 뜯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동네 야산에 올라가 뜯었습니다. 쑥차를 만들고자 채취한 겁니다. 작년에 친구가 준 쑥차를 먹었더니 맛이 구수하고 향도 좋아서 꼭 다시 먹고 싶더군요. 사람과 쑥은 궁합이 잘 맞나 봅니다. 특히 한국 사람은 오랜 옛날부터 쑥을 즐겨 먹은 민족인 거 같습니다.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
2023.04.13 -
여수 남파랑길 산책로
여수 소라면 남파랑길의 해안데크입니다. 바람이 멈춘 상태라 잔파도 하나 없이 바다가 잔잔한 주일 오후입니다. 고깃배들도 오늘은 쉬고 있습니다. 산책 나온 분들도 너무 적어 조용합니다. 다들 바삐 뛰어다니느라 자주 맛보지 못하는 '산책,' 이처럼 '살아있는 책'(산책) 읽는 시간을 꼭 내야 우리 몸과 영혼이 살아납니다.
2023.02.26 -
말벌집 제거, 끝내 못했지만...
약 3주 전부터 밤만 되면 거실에 말벌이 자주 나타났습니다. 말벌은 전등을 맴돌며 거실을 누비고 다니곤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아내와 아들은 방에 들어가 있으라 하고 혼자서 전자 모기채와 살충제를 동원해 잡으려 진땀을 뺐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방충망도 모두 닫혀 있고 바깥에서 들어올 만한 구멍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걸까? 밤중이라 누가 드나들지도 않아 출입문으로 들어왔을 리도 없습니다. 어쩌다 한 마리 들어올 수는 있겠지만 거의 이틀 걸러 하루씩 말벌이 들어온다는 건 뭔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혹시 집 근처에 말벌집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집 부근에 말벌집이 있다 해도 말벌이 밤에 거실에 들어오기란 쉬운 일은 아닌데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 말 큰 비가 내려..
2022.08.10 -
고장난 선풍기, 수리점에선 멀쩡~
장맛비가 한바탕 쏟아진 뒤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창고 깊숙히 넣어 두었던 선풍기를 꺼내 먼지를 닦아냈습니다. 드디어 콘센트에 코드를 꼽고 전원 버튼을 눌렀지만 어라,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원에 불이 켜진걸 보면 전기는 흐르는 게 분명한데 무슨 이유인지 날개는 가만있습니다. 켜기와 끄기, 바람 세기 버튼들을 달리하여 여러번 눌러 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선풍기가 고장 난 게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이튿날 아내가 버튼을 눌러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속하게도 선풍기는 바람 한 점 내놓지 않았습니다. 구입한 지 불과 일 년 남짓밖에 안 된 선풍기라 속상하였습니다. 작년 여름 주로 아들이 자신의 방에 놓고 쓰던 선풍기입니다. 혹시 아들이 고장 내놓고는 그동안 모른 체하였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아니랍니다. ..
2022.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