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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밭을 뒤덮은 환삼덩굴과의 씨름
간만에 산비탈 다랑밭에 갔습니다. 오르는 길부터 돼지감자와 환삼덩굴이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제 밭은 산 중턱이라 할 만큼 높은 곳에 있습니다. 가벼운 등산을 한다는 생각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옛날에는 밭이 귀해 산비탈까지 일구어 농사를 지었던 모양입니다. 아래 오솔길에서 제 밭까지는 약 70m쯤 떨어져 있습니다. 좌우로도 다랑밭들이 이어집니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밭들에서는 모두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둘 농사를 포기하더니, 7~8년 전부터는 대부분 묵정밭이 되고 말았습니다. 농민들이 찾지 않는 밭은 풀과 칡넝쿨, 찔레로 뒤덮였습니다. 특히 환삼덩굴은 마치 자기 세상을 만났다는 듯 밭 전체를 장악하다시피 했습니다. 준비해 간 예초기로 먼저 길부터 뚫기 시작했습니다. 정원 잔..
2026.09.18 -
경쟁하는 예술, 음악의 허세와 자기기만
예술들이 서로 맺고 있는 밀접하고 긴장된 관계는 각각의 예술에 끊임없이 영역을 넓히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각 예술은 자신이 이를 수 있는 최대한의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결코 평안하지 못한다. 그러면 각 예술은 더 나아가 다른 예술의 영역 일부까지 넘보게 된다. 음악은 다른 두 예술처럼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려 할 뿐만 아니라, 시와 회화도 이번에는 마찬가지로 그렇게 한다. 시는 실제로 눈으로 보아야 하는 그림을 그리려 하고, 회화는 눈에 보이는 장면뿐 아니라 그 장면에 깔려 있는 시적 감정까지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음악은 구체적인 관념을 묘사하기에는 거의 적합하지 않은 매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적·회화적 관념을 명확하게 재현하는 데 곧 한계에 이른다. 이 때문에 회화적·시적 경향은 ..
2026.09.10 -
방울방울 맺힌 열 개의 귤
올해 저희 정원 귤나무에 처음으로 귤이 열렸습니다. 귤나무 묘목을 심은 지 벌써 4년쯤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세 그루를 구입해 심었지만, 두 그루는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었습니다. 다행히 한 그루가 살아남아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나무는 탱자나무에 접목한 묘목이었던 모양입니다. 귤나무는 접목한 묘목은 비교적 일찍 열매를 맺지만, 씨앗에서 자란 귤나무는 열매를 맺기까지 8년 정도 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꽃도 열매도 보이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올해 드디어 하얀 꽃이 피더니 꽃이 진 자리에 조그마한 귤들이 방울방울 맺혔고, 지금은 계란보다 조금 작은 정도로 커졌습니다. 세어 보니 모두 열 개입니다. 정원을 거닐며 귤나무에 달린 귤들을 바라보는 ..
2026.09.09 -
독일 회화와 프랑스 회화
독일 회화와 프랑스 회화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는 시(詩)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서 비롯된다. 두 나라의 화가들을 직접 접하고, 독일 화가들이 파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 받은 인상과 프랑스 화가들이 독일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받은 인상을 살펴보며, 양쪽에 존재하는 부당한 판단의 뿌리를 파고들어 보면, 곧 그들의 견해 차이가 시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독일 화가는 프랑스 화가보다 시인에 더 가깝다. 따라서 프랑스 회화는 독일 회화를 두고 자연에 대한 진실하고 객관적인 감각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반면 독일 회화는 프랑스 회화의 뛰어난 기법에 감탄하면서도, 프랑스 회화에서 감지되는 일종의 의도적인 상상력의 빈곤 때문에 다소 냉랭함을 느낀다.문학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는 이러한 ..
2026.09.09 -
시인과 화가
시인과 화가괴테 시대 이후 많은 작가들이 회화에서 출발하여 언어적 묘사의 세계로 넘어왔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회화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바라본 세계를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매체를 선택했을 뿐이다. 타느(Taine)는 분명히 화가이다. 고트프리트 켈러(Gottfried Keller)의 이야기들이 지닌 느슨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명료한 구조를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펜을 이끄는 사람이 시인이 아니라 극적인 화가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미켈란젤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에게서 더 위대한 사람은 누구인가? 시인인가, 화가인가? 우리는 하이네를 가장 위대한 서정시인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보편적 예술(universal art)’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를 서정시인들 가운데 가장 영..
2026.09.08 -
[시] 전진하라, 그리스도인이여
전진하라, 그리스도인이여 전진하라, 그리스도인이여, / 네가 있는 곳이 황량하고 외로울지라도하나님은 수호하는 군대를 / 네 가까이에 두셨으니, 나아가라. 들으라, 그리스도인이여 / 그들의 호산나가 네 위에 울려 퍼지니,“하나님은 사랑이시라,”네 붉은 십자가 깃발에 기록하라“항상 위로 하늘은 위에 있도다.” 가시밭길, 오직 그 길을 통해서만 / 환상의 산에 이를 수 있으니,형제여, 움츠러들지 말고 걸어가라 / 예수께서 그 길을 가셨다 나아가라. 이 세상이 네 고통과 평안의 삶으로 / 더 지혜롭고 강해지게 하라.세상이 너를 필요로 하는 동안, / 오, 속히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지 말라. 오히려 매일 이렇게 기도하라, 그리스도인이여,“내가 충실한 아들딸이 되게 하소서”예수의 기도처럼“아버지여, 내 뜻이 아니..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