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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는 예술, 음악의 허세와 자기기만
예술들이 서로 맺고 있는 밀접하고 긴장된 관계는 각각의 예술에 끊임없이 영역을 넓히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각 예술은 자신이 이를 수 있는 최대한의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결코 평안하지 못한다. 그러면 각 예술은 더 나아가 다른 예술의 영역 일부까지 넘보게 된다. 음악은 다른 두 예술처럼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려 할 뿐만 아니라, 시와 회화도 이번에는 마찬가지로 그렇게 한다. 시는 실제로 눈으로 보아야 하는 그림을 그리려 하고, 회화는 눈에 보이는 장면뿐 아니라 그 장면에 깔려 있는 시적 감정까지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음악은 구체적인 관념을 묘사하기에는 거의 적합하지 않은 매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적·회화적 관념을 명확하게 재현하는 데 곧 한계에 이른다. 이 때문에 회화적·시적 경향은 ..
2026.09.10 -
방울방울 맺힌 열 개의 귤
올해 저희 정원 귤나무에 처음으로 귤이 열렸습니다. 귤나무 묘목을 심은 지 벌써 4년쯤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세 그루를 구입해 심었지만, 두 그루는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었습니다. 다행히 한 그루가 살아남아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나무는 탱자나무에 접목한 묘목이었던 모양입니다. 귤나무는 접목한 묘목은 비교적 일찍 열매를 맺지만, 씨앗에서 자란 귤나무는 열매를 맺기까지 8년 정도 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꽃도 열매도 보이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올해 드디어 하얀 꽃이 피더니 꽃이 진 자리에 조그마한 귤들이 방울방울 맺혔고, 지금은 계란보다 조금 작은 정도로 커졌습니다. 세어 보니 모두 열 개입니다. 정원을 거닐며 귤나무에 달린 귤들을 바라보는 ..
2026.09.09 -
독일 회화와 프랑스 회화
독일 회화와 프랑스 회화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는 시(詩)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서 비롯된다. 두 나라의 화가들을 직접 접하고, 독일 화가들이 파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 받은 인상과 프랑스 화가들이 독일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받은 인상을 살펴보며, 양쪽에 존재하는 부당한 판단의 뿌리를 파고들어 보면, 곧 그들의 견해 차이가 시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독일 화가는 프랑스 화가보다 시인에 더 가깝다. 따라서 프랑스 회화는 독일 회화를 두고 자연에 대한 진실하고 객관적인 감각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반면 독일 회화는 프랑스 회화의 뛰어난 기법에 감탄하면서도, 프랑스 회화에서 감지되는 일종의 의도적인 상상력의 빈곤 때문에 다소 냉랭함을 느낀다.문학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는 이러한 ..
2026.09.09 -
시인과 화가
시인과 화가괴테 시대 이후 많은 작가들이 회화에서 출발하여 언어적 묘사의 세계로 넘어왔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회화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바라본 세계를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매체를 선택했을 뿐이다. 타느(Taine)는 분명히 화가이다. 고트프리트 켈러(Gottfried Keller)의 이야기들이 지닌 느슨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명료한 구조를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펜을 이끄는 사람이 시인이 아니라 극적인 화가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미켈란젤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에게서 더 위대한 사람은 누구인가? 시인인가, 화가인가? 우리는 하이네를 가장 위대한 서정시인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보편적 예술(universal art)’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를 서정시인들 가운데 가장 영..
2026.09.08 -
[시] 전진하라, 그리스도인이여
전진하라, 그리스도인이여 전진하라, 그리스도인이여, / 네가 있는 곳이 황량하고 외로울지라도하나님은 수호하는 군대를 / 네 가까이에 두셨으니, 나아가라. 들으라, 그리스도인이여 / 그들의 호산나가 네 위에 울려 퍼지니,“하나님은 사랑이시라,”네 붉은 십자가 깃발에 기록하라“항상 위로 하늘은 위에 있도다.” 가시밭길, 오직 그 길을 통해서만 / 환상의 산에 이를 수 있으니,형제여, 움츠러들지 말고 걸어가라 / 예수께서 그 길을 가셨다 나아가라. 이 세상이 네 고통과 평안의 삶으로 / 더 지혜롭고 강해지게 하라.세상이 너를 필요로 하는 동안, / 오, 속히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지 말라. 오히려 매일 이렇게 기도하라, 그리스도인이여,“내가 충실한 아들딸이 되게 하소서”예수의 기도처럼“아버지여, 내 뜻이 아니..
2026.08.29 -
바알과 아세라 신상이 작은 이유는?
오늘날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바알과 아세라 신상은 매우 작습니다. 이 신상들을 본 사람이라면 “성경에서 그렇게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는 신인데, 왜 실제로 발견되는 바알·아세라 관련 신상은 손바닥만 한 것이 많은가?”라는 의문을 품게 마련입니다.핵심은 신상의 크기와 그 신이 차지한 종교적 영향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데 있습니다.1. 고대 가나안의 신상은 ‘신 그 자체’라기보다 매개물이었습니다고대 근동에서 신상은 현대인이 생각하는 거대한 조각상과 반드시 같은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신을 모시는 공간에 놓아두고 신의 현존을 상징하거나 신에게 접근하기 위한 매개물로 사용했습니다.따라서 개인 가정이나 작은 제의 공간에서 사용하는 신상은 굳이 사람 크기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레반트 지역에서는 작은 테라코타 신상..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