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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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빛나는 습지
하늘에 눈이 내리는 거 같습니다. 실은 별들입니다. 밤하늘 별들 촬영이 가능한 걸 보면 폰 촬영 기능이 크게 향상된 모양입니다. 밤이라 천천히 찍히더군요. 가로등 불빛으로 습지의 갈대도 일부 보입니다. 예전에 경남 산청에서 본 별들만큼 많은 건 아닙니다. 그때 본 별들은 정말 쏟아질 듯 많더군요. 하지만 오늘밤 이 정도 별들 보기도 어려운 시대라 감사할 뿐입니다. 밤하늘 별들이 드문 까닭은 주변 불빛이 너무 많고 공해 물질이 공중을 덮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평소 별들을 보고 사는 사람과 별들이 어찌 생겼는지조차 까맣게 잊을 정도 사는 사람은 아마 생각과 정서의 차이가 클 겁니다. 우리도 광대한 우주 속의 지구별에서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인간은 우주의 크기와 넓이로 보면 먼지나 티끌보다..
2024.01.12 -
겨울밤 시골길
밤이 가득 휘덮은 들녘입니다. 저 멀리 산 윤곽이 뚜렷한 곳은 도심 쪽이라서 그렇습니다. 바다 근처 습지 쪽 산들은 컴컴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바다 쪽에선 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 대더군요. 겨울바람이라 차갑긴 하였으나 영상 4도인 날씨라 견딜만하였습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은 "밤이 선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시골 밤길을 걸으며 내 주변 아픈 분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쾌유를 빌었습니다. 또 나 자신은 애초 목표한 길을 잘 걷고 있는지도 잠시나마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밤중 홀로 걷다 보니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생각하고 기도하나 봅니다. 하늘의 별들도 밤이라 비로소 보입니다.
2024.01.11 -
습지 청소부 큰고니
현천 습지를 산책하는데 갈대숲 사이로 소리가 들렸다. 훠우엌 훠우엌! 큰고니 떼였다. 갈대숲 앞 호수에 떼 지어 부지런히 수초를 먹는 중이었다. 다른 물오리 떼까지 모여 잔칫집 분위기다. 갈대숲을 지나 내가 가까이 다가서서 사진을 찍어도 오늘은 도망치지 않았다. 먹이사냥에 열중하느라 인기척을 못 느낀 걸까? 큰고니는 새 중에서 가장 큰 새에 든다고 한다. 성조 큰고니 몸무게는 무려 5.7~12.5킬로그램(kg)에 달한다. 날개를 뻗으면 그 길이는 2.2m~2.4m에 이른다. 이처럼 무겁고 큰 새가 떼 지어 저 머나먼 시베리아나 몽골 등지에서 수천 킬로를 날아 남녘 여수 현천 습지까지 찾아온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큰고니들은 주로 수초나 풀뿌리를 뜯어먹는다. 이들이 다녀가면 습지는 더욱 깨끗해질 것이다...
2023.12.19 -
그림 같은 야경
한밤 홀로 나선 산책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고요한 유리 바다 살짝 남은 노을 끝자락을 보았다. 하늘을 다 담고자 숨죽인 습지 그 위를 재빨리 달리는 바람 두세 점 캄캄한 밤에도 별들은 빛난다.
2023.12.12 -
현천습지, 철새들의 보금자리
여수 소라면 현천습지입니다. 거울 같이 맑고 잔잔한 호수 한복판 모래톱에 철새 떼가 모여 앉아 잡담회를 하나 봅니다. 청둥오리, 검둥오리, 백로, 저어새...다들 모였는데 큰고니는 고고하게도 지들끼리 따로 놉니다. 시베리아, 유라시아, 대만, 동중국해 등 다양한 곳에 흩어져 살다가 만났으니 오죽 서로 할 말이 많을까요. 이들 수다는 좀체 끝날 줄 모릅니다. 덕분에 습지 속 마음 조리던 고기들은 모처럼 숨통이 트였습니다. ·
2023.12.07 -
불공이 치솟다
모두가 잠든 밤 호수에 불공이 떠올랐다 누가 찬 공인지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산야는 캄캄한데 하늘은 여태 파랗다 별들 만이 밤임을 알려준다 불공은 산에 닿았으나 끝내 나뭇잎 하나 못 태운다
2023.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