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교주 정명석의 엽기적 성범죄, 그 뒤엔 교리 있다

2023. 3. 7. 10:25영화평

 
MBC가 제작해 넷플릭스에 공개한 다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시리즈가 큰 파장을 낳는 중입니다. 특히 JMS 교주 정명석이 여신도들을 상대로 수십 년 간 엽기적 성폭행 행각을 벌였음을 보여주는 내용은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합니다.
 
사실 개신교계가 진즉 이단으로 규정한 JMS 정명석의 수많은 성범죄가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여신도들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다가 적색수배자로 해외 도피생활을 하다 마침내 체포돼 10년형을 선고받고 2018년 만기 출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전자 발찌를 차고 출소한 뒤에도 또다시 같은 성폭행을 거듭하다가 최근 또다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중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다큐는 정명석의 도피생활과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집요하게 추적한 엑소더스(JMS 탈퇴자 모임) 분들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경찰,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정명석 같은 자가 우리 사회에 오랜 세월 해악을 끼쳤음을 잘 보여줍니다. 하긴 경찰과 검찰 탓만 할 일은 아닙니다. 기성 기독교계가 제 역할을 못하였기에 JMS 같은 사이비 이단들이 지금도 사회 도처에서 암약하며 활동하는 거겠지요.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시리즈는 우리 사회를 망가뜨리는 사교 집단들에 대해 경종을 울려 줍니다. 
 
하지만 JMS 정명석을 다룬 다큐에서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정명석의 성범죄가 왜 그토록 오래 지속되는 건지 그 근본 원인을 심도 깊게 짚지 못하였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교주의 탐욕과 성도착, 일탈로 바라볼 문제가 아닙니다. JMS 교리 자체에 근본 문제가 있습니다.
 
 

 
                               ▲  JMS 교주 정명석이 신도들에게 인류 타락 원인을 설명하는 장면 

 

정명석은 1970년대에 통일교에 들어가 <원리강론> 강사로 활동한 적 있습니다. 그는 <원리강론>을 참고하여 '30개론'이란 JMS 교리를 만들었습니다. <원리강론>은 통일교의 경전인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통일교가 왜 일명 '피가름 의식'을 행하고, 한때 '혼음 섹스교'로 알려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원리강론>에서는 해와(하와)가 천사장 누시엘과 불륜을 저질러 혈연관계를 맺었고 창조목적에 배치되는 요소들(EX. 양심의 가책에서 오는 공포심)을 받게 되었다고 가르칩니다. 그렇게 오염된 몸으로 해와가 다시 남편 아담과 성관계를 맺음으로써  누시엘에게 받은 해와의 오염 요소가 후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것을 정화하고 원상태로 복귀시키려면 결국 메시아와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행하는 게 '피가름 의식'입니다. '피가름'이란 오염된 피를 깨끗한 피로 로 바꾼다는 겁니다. 

통일교의 '피가름 교리'는 일제강점기 이단이던 새주교 설립자 김성도(1882-1944)의 영향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성도란 여인은 자신이 예수에게 직통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계시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인류 타락의 원인은 선악과를 따 먹은 '음란' 때문이라는 거였습니다. 김성도의 이 직통계시를 근거로 '피가름 교리'를 체계화시킨 인물은 김백문(1917-1990)인데, 그는 <기독교 근본원리>(1958)라는 책에서 창세기에 나오는 선악과 따 먹은 이야기는 뱀(타락한 천사)이 하와와 성관계를 맺었음을 뜻하며, 미성년이던 하와가 아담과 성관계를 맺음으로 아담까지 오염되었다고 말합니다. 통일교는 이런 교리를 차용하였습니다. 
 
JMS 교주 정명석은 통일교 <원리강론>에서 피가름 교리를 배웠기에 자신이 메시아로서 여신도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확신하며 그런 엽기적 성폭행을 거듭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사탄의 상징인 뱀이 하와와 불륜을 저질러 사탄의 피가 인간에게 유전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사탄의 피로 오염된 인간의 피를 깨끗하게 하려면 '피가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즉 통일교의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피가름'으로 인간의 육신을 구원하기 위해선 메시아가 필요하고 정명석이 바로 그 메시아라는 겁니다. 예수는 자신을 혼인잔치의 신랑에 비유한 적 있습니다. JMS 교주 정명석은 예수가 말한 '신랑'이 바로 자신이라며 지금은 섭리의 시대이고, 신랑인 자신과 애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이런 해괴한 논리로 그는 성폭행을 일삼은 겁니다. 이 같은 교리적 배경을 알지 못하면 수십 년 이어진 정명석의 성폭행 범죄를 잘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한편 통일교와 JMS에서 주장하는 '피가름' 교리는 2세기 기독교 이단인 오피스파(Ophies)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교 문선명이 영향 받은 김성도나 김백문이 오피스파를 안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피가름 교리는 오피스파의 주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오피스파에서는 창세기에 나오는 선악과 사건의 뱀을 문자 그대로 '뱀'이 아니라 천사 같이 신성한 존재라 봅니다. 그 뱀은 인간을 유혹해 타락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지식과 계몽을 갖다 주었다는 겁니다. 
 
오피스파에 따르면 뱀은 하와와 성교하여 하와를 신성한 지혜로 물들였습니다. 하지만 성교 과정에서 악마적 요소도 인류에게 전달되었고 그게 인간에게 무지와 고통을 줌으로써 물질세계와 타락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오피스파는 자신들이 이 악마적 요소에 대항하는 영적 투쟁을 벌이는 중이며, 물질세계를 초월하고 영적 해방을 달성할 신비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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