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등불

2021. 9. 13. 22:46짧은 생각

 

빅터 프랭클(1905~1997)이란 신경학자이자 의사가 있습니다. 그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만들었는데, '로고테라피'란 '영혼 요법' 또는 '실존 요법'을 일컫는 말입니다. 환자에게 "절대적 의미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로고테라피의 핵심에 해당합니다. 빅터 프랭클은 로고테라피를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하며 구상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그 죽음의 수용소에서 무수히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인간이란 '삶의 의미'가 없이는 살 수 없음"을 절감하였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은 1944년 성탄절부터 1945년 새해까지 일주일 사이에 눈에 띄게 높은 사망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빅터 프랭클은 그 원인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들은 가스실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전염병에 걸려 죽은 것도 아닙니다. 성탄절이 되면 풀려나 집에 돌아가리라는 막연한 한 가닥 희망을 품었다가 또 다시 한 해가 시작되자 그만 절망하여 몸이 급속히 쇠약해진 나머지 사망하였거나 자살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죽음의 수용소에 갇혀 살더라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다들 그토록 쉽게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굳이 중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삶의 희망이 사라질 때 사람은 쉽게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 

 

이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노시보 효과란 "어떤 것이 해롭다는 암시나 믿음이 약의 효과를 떨어 뜨리는 효과를 일컫는 말"입니다. '플라시보 효과'와 정반대 효과에 해당합니다. 노시보 효과는 여러 실험에서 입증되었습니다. 그 실험 중 사례 하나는 이렇습니다. 한 연구들이 천식환자들을 상대로 '증기'를 들이 마시게 하였습니다.  그런 뒤 "이 증기는 화학물질이라 자극적이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렸습니다. 

 

이후 실험에 참가한 천식 환자들 중 절반 정도가 호흡에 문제가 생겼고 12명은 발작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실험자들은 그들에게 '기관지에 좋은 약'이라며 치료제를 나눠줬더니 그걸 먹은 환자들은 금세 상태가 호전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은 그들에게 마시게 한 '증기'나 '치료제' 모두 인체에 무해한 '식염수를 분무한 것'이었습니다. 천식 환자들은 실험자들의 말만으로도 병세가 악화되거나 호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실험은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이 보인 현상입니다. 한 실험자가 전립성 비대증을 보이는 남성 환자들에게 피나스테리드를 투여하였습니다. 피나스테리드는 "전립선의 성장을 억제하여 전립선비대로 인한 배뇨장애를 개선시키는 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실험자는 환자 절반에게는 "발기 부전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말을 하였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나스테리드 투약 이후, 발기 부전 유발의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들은 환자 중 44%가 실제로 발기 부전을 경험하였습니다. 반면 그런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듣지 못한 환자들 중에서 발기 부전을 경험한 환자는 15%에 불과하였다고 합니다.

 

이 같은 실험 사례에서 보듯, 사람은 그가 어떤 정보와 믿음, 희망을 갖고 사느냐에 따라 그의 삶과 건강이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평소 자신을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지간한 질병에 걸려도 금방 치료가 됩니다. 심지어 암에 걸렸다고 해도 암 세포 전이 속도가 느리거나 중단되어 오래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가 안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작은 질병에도 병세가 쉽게 악화되어 중병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가짐, 자기 삶에 대한 의미 부여, 믿음, 희망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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