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7)
-
하나님 나라의 숨은 일꾼을 잃다
너무 고맙고 소중한 분을 잃었습니다. ** 디자인 이승철 집사님을 처음 만나뵌 건 지난 2017년 4월, 19대 대선을 앞두고 순천 공명선거시민연대 초청으로 순천YMCA에서 투개표 감시교육을 할 때였습니다. 저는 까맣게 잊었는데, 이 집사님을 다시 뵈었을 때 그때 처음 만났다고 그러시더군요. 여수은파교회 고만호 목사가 설교 시간에 5.18은 폭력이라고 망언을 쏟아내 전동NCC가 규탄집회를 열었을 때도 '전국장로교집사회' 이름으로 참석하셔서 힘을 보태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동NCC가 매년 개최하는 여순항쟁얼기림예배와 문화제 행사를 위해서도 대형걸개 그림과 펼침막 등을 아낌없이 지원해 주셨습니다. 듣자하니 심야에 일하시는 습관이 있어 밤새워 일하시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또한 순천 시의회 최미희 의원의 증언..
2024.10.25 -
어린 좀도둑 A와 동네 사람들의 집단 구타
A씨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칠십이 조금 넘은 나이였을 거다. 사망 원인은 모른다. 몇 다리 건네 들은 소식이니까. 어머니는 A씨가 소년이던 때 보신 장면을 잊을 수 없다고 하였다. 어느 날 온 동네 사람이 모여 소년 A를 나무에 묶어 놓고 한창 때리는 중이었다. 마을 이장을 필두로 남정네들이 돌아가며 A를 마구 때렸다고 한다. “말해, 또 누구네 집에 가서 무얼 훔쳐 먹었냐?” “요놈 봐라, 말 안 해? 말 헐 때까지 뚜드려야 말 헐래?” 이런 식었단다. 소년 A는 더 맞지 않으려고 미주알고주알 자신이 훔쳐 먹은 일들을 열거하였다. “얼마 전에는 아무개네 집 부엌에 들어가 식혜를 훔쳐 먹었고, 달포 전에는 또 아무개네 집에서 고구마를 훔쳐 먹었고, 두 달 전에는 땅콩을 훔쳐 먹었고....” 끔찍한..
2024.08.27 -
재야 역사학자 김상구 선생 별세
"백범 김구는 친일파들이 만들어낸 독립 영웅"이란 파격적 주장을 펼쳤던 재야 역사학자 김상구 선생(63세)이 2024년 봄에 별세하였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 연구서들을 꾸준히 집필해 펴내며 역사 저술가로 활동하였다. 그를 아는 지인에 따르면 김 선생은 별세하기 전까지 수 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살았고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며 지냈다. 그의 별세 소식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던 아들과의 통화에서 건네 들었다. 고인은 지하철에서 심근경색을 일으켜 갑작스레 별세하였다고 한다. 김상구 선생은 생전에 '미주지역 항일무장투쟁의 선구자'인 박용만(朴容萬) 선생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사실을 늘 안타까워하였다. 박용만 선생은 1909년 해외 최초의 한인군사학교인 한인소년병학교를 설립, 1914년 하와이에 대조선국..
2024.08.07 -
"정이 있던 옛날이 더 살기 좋았어"
시골 이발사에게 들은 뜻 밖의 명언 미루던 이발을 하러 가까운 이발관에 갔습니다. 시골로 이사한 뒤 단골로 다니는 곳입니다. 이발사는 팔순이 넘으셨습니다. 아마 여수에서 가장 연로한 이발사일 겁니다. 두어 해 전만 해도 그의 선배 격인 화양면 나진에 구순이 가깝던 이발사 한 분이 계셨습니다. 70년 가까이 이발사로 일하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건강이 급속히 안 좋아지셔서 아쉽게도 이발관을 접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시내 곳곳에 미용실이 들어선 터라 '이발관' 찾기도 어렵습니다. 오랜 단골인 나이 지긋한 시골 농부들이 아니면 내가 다니는 이발관도 곧 사라질 운명입니다. 이발사가 내 머리카락을 막 자를 무렵 밀짚모자를 쓴 손님이 한 분 오셨습니다. 이발사와 구면인 이웃 동네 어르신으로 보였습니다. 이발사는 내 ..
2023.07.06 -
고 정진동 목사 14주기, 추모 열기 해가 갈수록 활활
'정진동 목사 정신계승 충북 민중대회'에 이어 5.18민주 묘역서 추모예배 드려 ▲ 2021 충북민중대회 정진동 목사 정신계승 2021 충북 민중대회 ⓒ 장창원 목사 제공 민중의 벗 호죽 정진동 목사 14주기를 맞아 충북지역 18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4백여 명이 지난 4일(토) 충북도청 정문에서 민중대회를 연데 이어, 정진동 목사의 기일인 10일(금)에는 5.18 광주 민주묘역에서 단체 대표단과 민중교회 목회자 등 삼십여 명이 모여 추모예배를 드렸다. '2021 충북민중대회 조직위원회'는 올해부터 매년 호죽 정진동 목사 정신계승 민중대회를 계속 열기로 결의하였다. 이로써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한 평생 '민중의 벗'으로 살다간 정진동 목사에 대한 관심과 재조명 열기가 더욱 달아 오르고 있다. ▲ 2021 ..
2021.12.11 -
여순사건 때 학살당한 '검사,' 유족을 만나다
지난 8월 31일(화), 주철희 박사의 '역사공간 벗'에서 고 박찬길 검사(38세)의 둘째 아들 박경진 목사(75세) 부부를 만났습니다. 박찬길 검사는 여순사건 때 '빨갱이 검사'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진압 경찰에 총살당한 분입니다(보다 자세한 사연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 http://omn.kr/1v1nv ). 기사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고 박찬길 검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조만식 장로의 제자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장로교 총회 학무부의 장학생으로 일본 동경 중앙대 법학과에서 공부하였습니다. 해방후 이북에 소련군이 진주하고 공산 정권이 들어서자 박찬길은 가족을 이끌고 월남하였고 법관 시험에 합격해 1945년부터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청 검사로 근무하였습니다. 그는 검사를 그만 두면 신학..
2021.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