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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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의 진실, 진실의 망상- 영화 《프라이멀 피어》
영화 서두에서 변호사 마틴 베일은 한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법정에서)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배심원이 믿는 망상이 진실이다. '진실의 망상'이라고나 할까." 이 대사는 단순한 냉소적 수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상 이 영화 전체의 주제이자 결말을 꿰뚫는 복선이다. 법정 영화는 종종 ‘진실’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을 그리지만, 《프라이멀 피어》는 사건의 진실 자체보다, 사람들이 ‘진실’이라 믿는 것이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주교 살해 사건의 용의자 청년 애런이야기의 중심은 시카고 대주교 러시먼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서 피투성이 옷을 입은 채 도망치던 한 청년, 애런 스탬플러가 체포된다. 그는 대주교를 돕..
2025.05.06 -
아프리카 '20만 소년병'은 왜 생겨났나?
영화 (2006, 에드워드 즈윅 감독) '시에라리온'(Sierra Leone)은 서아프리카 해안가에 위치한 인구 약 8백 만의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기아가 심각한 최빈국에 속하며 우수한 품질의 다이아몬드 생산으로 유명합니다. 매년 수십만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그 규모는 GDP의 5~1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대부분 나라가 그러하듯이 시에라리온도 오랫동안 영국 식민지였고, 1961년에야 독립하였습니다. 하지만 쿠데타가 발생해 큰 혼란을 겪었고 지난 1991년부터 2002년까지는 정부군과 반군 간에 내전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영화 는 바로 이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시에라리온 반군의 불법적 다이아몬드 채굴과 내전의 참혹함, 그 이면의 서구 다이아몬드 기업들이 ..
2024.10.04 -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마라
영화 (2006)는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동기부여 연설가인 크리스 가드너(Chris Gardner, 1954~)의 일생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는 실화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인 줄 전혀 몰랐습니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실제 모델인 크리스 가드너가 나중에 어찌 되었는지 자막으로 알려줘서 그제야 알았습니다. 이 영화는 한 흑인 미국인이 수많은 역경을 딛고 밑바닥 생활에서 선망받는 '주식 중개인'이란 정규 직장을 얻는 과정을 그립니다. 주인공 가드너(윌 스미스 분)는 아내 린다(탠디 뉴턴 분)와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살아갑니다. 가드너는 의료기기 스캐너 외판 사업을 하지만 신통치 않았습니다. 아마 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거 같습니다. 모든 재산을 털어 의료기기..
2024.09.28 -
두 얼굴의 '명성황후,' 그 진실은?
영화 (2009, 김용균 감독)은 대한제국 시절 명성황후와 대원군의 권력다툼을 배경으로 호위무사 무명(조승우 분)과 자영(명성황후, 수애 분)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린 그 시절, 중전마마가 한가하게 호위무사랑 연애를 한다? 대체 이런 발상은 어찌 가능하였을까? 위키백과에서 '명성황후'를 찾아보니 터무니없는 상상만은 아니었다. 임오군란, 곧 구식 군대가 처우에 불만을 품고 봉기하였을 때 명성황후를 비롯한 민 씨 척족들은 몹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명성황후 외척인 민씨 척족들이 구식 군대에 지급해야 하는 쌀에 모래를 섞어 지급하는 못된 짓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명성황후는 '사인교'라는 작은 가마를 타고 궁궐을 빠져나가던 중 봉기군에 걸렸다. 그 순간 무예별감 홍재..
2024.09.08 -
'권력 중독'은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나?
오요 제국에 대해 넷플릭스 영화 는 18세기 나이지리아 서남부와 서북부 지역에 있던 '오요제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오요제국은 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후반까지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이 제국은 특히 16세기부터 크게 성장하여 북아프리카와 유럽까지 교역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습니다. 오요 제국의 수도는 오요일레였고 이곳은 황제가 거주하였고 종교, 정치, 경제의 중심지였습니다. 오요제국은 황제를 '알라핀'(Alafin)이라 칭합니다. 이는 요루바어로 '제왕' 또는 '궁전의 주인'이란 의미입니다. 오요 제국에는 귀족인 일곱 명의 '오요 메시'(제국의 조언자, 또는 제국의 평의원이란 뜻)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알라핀의 통치에 조언하거나 견제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일곱 명의 오..
2024.08.11 -
영화 <댓글부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다큐 같은 영화
영화 (2024. 3, 안국진 감독)는 대기업 '만전'의 비리와 댓글부대 운영을 파헤치는 사회부의 임상진 기자(손석구 분) 이야기를 다룬다. 임 기자는 제보자에게 '만전'과 관련돼 있다는 말을 듣고 주저하지만 점차 취재에 빠져든다. 만전은 확인한 '사실'마저 교묘히 비틀어 '오보'처럼 만듦으로써 임 기자를 곤란에 처하게 한다.'댓글부대'라는 말은 내 기억으론 2012년 18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사이버상에서 암약 활동한 국정원 '댓글부대'로 널리 알려졌다.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008년 2월, CBS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에 출연해 "삼성에는 인터넷 댓글만 다는 정규직 댓글팀이 약 150명"이 있었고, 그들이 "인터넷 여론 공작을 하였다"고 밝힌 적 있다..
202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