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죄'에 대하여

2021. 9. 19. 21:20짧은 생각

“바울은 그가 로마에 거주하던 신자들에게 쓴 편지에서 인간의 여러 가지 죄성을 차례대로 나열해 가면서 결국 <무정한 것>이 죄라고 선언합니다. 영어로 그 단어를 바꾸어 쓰자면 Heart-less-ness(심장의 부재 또는 상실)로 표현하게 됩니다. 정말 마음이 실종된 채 사는 것처럼 죄스러운 것이 있을까요? 뜨거운 가슴의 부재 말입니다. 교회에서 목청 돋우는 죄목들은 지나쳐 버려도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인간성을 향하여 무정하게 사는 죄, 감동을 거부하고 사는 죄는 무지막지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홍순관 목사님(전 뉴욕주립대 교목, 순천평화학교 교장)2002년 쓰신 <생각의 문>이란 책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홍 목사님이 오늘 저희 솔샘교회에 오셔서 설교하셨는데, 위에 인용한 말씀을 다시금 언급하셨습니다. 그는 사도 바울은 2천 년 전 살던 사람인데도 무정함이 큰 죄라는 사실을 깨닫고 경계하였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이라면서도 신의 암호가 새겨진 대자연의 모습(예컨대 갈대의 흔들림, 꽃의 피어남, 날아가는 새, 바람소리, 바닷가 조약돌....)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미 감각이 무뎌져 무정한 자로 사는 것이니 회개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람과 자연, 하나님에 대한 무정함이 지금 세상을 망치고 있음은 틀림없습니다.

 

우리말 성경들이 무정한으로 번역한 헬라어 단어(ἄστοργος)에는 무자비한,’ ‘냉혹한,’ ‘사랑 없는이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자연스런 사랑의 감정이 사라져버린 사람, 그는 말하자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이 차갑게 굳어진 사람"입니다. 겉보기에는 살아 있으되 마음이 마비되어 속은 이미 죽은 사람이지요.

 

돌이켜 보면 저도 무정한 사람으로 살 때가 적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사람과 자연, 하나님께 깊은 애정을 품고 살아야 할 거 같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사람, 자연, 하나님을 감동케 하고 온 세상 피조물의 구원도 이룬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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