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1. 21:37ㆍ짧은 생각
이병천 교수가 한겨레신문에 쓴 '이준석 현상'에 대한 칼럼 읽어봤습니다. 일면 공감하지만, '이준석 현상'에 대한 진단 중 사태 파악을 잘못하신 걸로 보이는 대목도 있습니다.
이대남(2030세대)이 '이준석,' '하태경'에 열광하는 이유는 젠더갈등 요인이 제가 보기엔 약 60~70% 정도 차지할 겁니다. 이대남들의 반페미니즘 정서는 이준석과 하태경이 일부러 조장한 게 아닙니다. 그건 이미 폭넓게 존재하였고 그걸 두 사람이 감지해 발빠르게 대변해준 거라 봐야 합니다.
반면 '범민주진보진영'(썩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만...)에선 지금껏 그런 젠더갈등 문제를 너무 가볍게 여긴 측면이 큽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작년부터 고등학생인 아들이 간혹 반페니즘 발언들을 하곤해서 '왜 저러나' 그랬습니다. 페미니즘이 나쁜게 아니라며 몇번 주의를 줘도 안 변하더군요.
아마 작년 말경이었을 겁니다. 아들은 오세라비의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란 책을 내게 읽어 보라며 주더군요. 제목부터 맘에 들지 않아 한동안 팽개쳐 놓았다가 지난 사월경에야 읽어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2030세대가 경험한 페미니즘은 40~60대가 경험한 거랑 매우 다름을 잘 분석해 놓았습니다.
지금 이준석 돌풍 현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왜 2030세대가 페미니즘에 분노하는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그들 주장이 다 맞는 건 아니지만 나름 일리 있는 게 적지 않습니다. 단순히 '여성혐오나 차별'에서 나온 반발은 아닙니다. 그들은 지금 '역차별'을 당하였고(/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그것에 분노하는 겁니다.
"조국, 윤미향, 박원순" 사태를 겪으면서 소위 진보주의자들의 '불공정과 위선'에 분노하는 겁니다. 당연히 여기에는 보수 언론이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하지만 '범민주진보진영'에서 크게 반성해야 할 지점은, 그동안 2030세대의 고민과 아픔에 대해 진지한 관심이 너무 부족했다는 데 있습니다. 적어도 국힘당쪽에선 이준석과 하태경 같은 자들이 그들 가려운데를 긁어주며 오랫 동안 작업을 해왔습니다.
지금의 '이준석 돌풍 현상'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지난 4.7 재보선,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이미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꼰대 세대들'이 청소년, 청년들과 대화를 게을리 하다보니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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