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 기억은 위험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2009)를 이제야 봤다. 내게 배우 김혜자는 무려 22년이나 이어진 MBC 드라마 '전원일기'의 그 '어머니'로 새겨진 인물이다. 아마 나만이 아닐 거다. 그 정도 김혜자는 '어머니' 이미지가 강하다. 마더의 주인공이 김혜자란 사실에 섣부른 편견을 가진 나는 오랫 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다. 뒤늦게 보니 실수였다. 이 영화의 어머니 김혜자는 뜻밖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영화 '마더'에 나오는 김혜자는 지진아 아들을 지키고자 몸부림치는 어머니다. 아들 도준은 이미 다 커서 성인이지만 여전히 개울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아직 어머니의 각별한 보호가 필요한 상태다. 적어도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한다. 도준에게 가장 큰 장애는 '기억력'이다. 그는 마치 건망증 환자처럼 조금 전 자신..
2021.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