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밭 일궈 어성초 밭으로

2021. 4. 26. 16:58농사 이야기

지난번 옥수수 모종 100개를 심었다가 실패한 밭입니다. 그대로 포기할 순 없어서 정원의 어성초들을 캐서 옮겨 심으러 갔습니다. 이번에는 풀들이 자라는 곳에 심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 어떤 풀조차 자라지 못하는 곳이라면 무슨 작물을 심든지 실패할 확율이 높으리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찾아보니 풀들이라고는 쑥이 거의 전부나 다름 없었습니다. 밭은 '쑥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쑥들로 덮여 있었습니다. 쑥이라도 자라면 다행이고 아예 쑥조차도 자라지 않는 영역들도 꽤 넓었습니다. 쑥들로 덮인 곳을 개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혼자서 괭이질을 계속하였더니만 허리가 부러질듯 아파 가끔씩 쉬어가며 하였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을 개간하는데도 쉽지 않았습니다. 쑥뿌리들이 깊이 박혀 있어 그걸 제거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쑥뿌리에 붙은 흙을 털어낸 뒤 쑥뿌리를 밭 주변에 던져서 모았더니 크게 두 무더기나 되었습니다.

 

가져간 어성초들을 하나씩 심은 뒤 물을 주었습니다. 작은 말통 하나에 물을 채워간 게 전부여서 심은 어성초에 물을 다 주기에는 부족하였습니다. 어성초는 워낙 생명력이 강하니 죽지는 않을 거라 믿으며 그냥 가려다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지난번 애써 심은 옥수수 모종이 다 말라 죽은 것처럼 또 다시 어성초마저 말라 죽을까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물을 구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였습니다. 

 

밭 밑쪽에 조경하는 어떤 아저씨가 사시지만 그분 집에서 물을 얻기는 염치 없는 일이었습니다. 뾰족한 수가 없어서 그냥 가다가 보니 바다쪽으로 흘러드는 민물이 보였습니다.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괭이로 구덩이를 파면 거기에 물이 고일테고 그걸 뜨면 물을 기를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예상대로 물을 뜰 수 있어 그걸로 두 차례 오가며 어성초에 비교적 물을 충분히 주었습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 어성초 뿌리를 물에 적셔서 가져갔고 물을 세 차례나 주었기에 이 정도면 적어도 사나흘은 버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쯤 다시 한 번 가볼 계획입니다. 그때까지 어성초가 그 질긴 생명력을 발휘해 주기만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어성초는 아토피, 탈모, 방광염, 피부미용 등에 두루 닿는 약초라 요즘 찾은 사람들이 점차 느는 추세라고 합니다. 천연 항생제로 각광을 받는 중입니다. 밭에 심은 어성초가 잘 자라나고 번져서 이 밭 전체를 어성초 밭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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