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2. 11:27ㆍ책 읽기
한국 기독교를 향한 한 종교학자의 고언

도발적인 제목만 얼핏 보고서는 반기독교인이 쓴 시답잖은 기독교 비판서쯤으로 여겨,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까 봐 염려스러운 책이다. 그러나 제목만 보고 예단하여 던져버릴 만한, 그렇고 그런 책이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권위 있는 원로 비교종교학자이자 신실한 기독교 신자인 저자가 오랜 시간 깊은 고뇌와 연구를 거친 끝에 세상에 내놓은, 오늘의 한국 기독교를 향한 고언(苦言)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기독교인이 기독교 내부를 향해 가슴 아프게 던진 본격적인 비판서로는, 앞서 출간되어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조찬선 목사의 《기독교 죄악사》를 들 수 있다. 이 책과 함께 읽는다면 더욱 유익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성령 대폭발’을 내세운 엑스플로 ’74 대회가 있었던 시절 이후, 한국 교회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다. 물론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다함없는 섭리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초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성숙의 결핍이 있었고, 교회의 외형에 비해 내적 성숙도는 여전히 유아기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의 한국 교회에는 여전히 권위주의, 여성 차별, 비민주성, 기복주의, 문자주의, 물량주의 등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이러한 병폐는 오히려 악화 일로에 있다.
저자는 현재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의 비교종교학 교수로 재직하며, 고국 교회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교회 개혁의 방향과 변화되어야 할 문제들을 차분하면서도 성실하게 짚어 나간다. 진정으로 깊이 아는 사람만이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했던가.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적절한 비유와 예화, 그리고 까다로운 신학적 쟁점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는 설명력에 여러 차례 감탄하게 된다.
저자는 비교종교학자이면서도 현대 신학의 흐름에 정통하며, 교회 현장에서 신자들이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책은 크게 신앙관, 성서관, 신관, 예수관, 선교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모든 성도에게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조직신학의 핵심 주제들이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오늘의 기독교가 지향해야 할 세계관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며, 자신의 신앙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을 요구받게 된다.
다만 저자가 아무리 인내심을 가지고 신중하게 논의를 전개하더라도, 이 책의 주장들이 한국 교회의 현실 속에서 곧바로 수용되고 적용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가장 큰 난관은 단연 ‘종교다원주의’ 문제다. 한국 교회, 특히 보수 교단을 중심으로 종교다원주의는 여전히 사탄이나 마귀가 주장하는 이단 사상쯤으로 취급된다.
전 감리교신학대 총장을 지낸 변선환 박사와 홍정수 교수에 대한 이른바 ‘세기의 종교 재판’에서 드러났듯이, 한국 교회에서는 교권을 쥔 세력들이 신학대학마저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신학은 학문으로서의 자율성을 상실한 채, 교단 신학과 교회 신학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체제에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동정녀 탄생 교리의 문제점, 노아 홍수의 역사성, 종교다원주의를 언급한다면, ‘이단’이라는 낙인이 즉각 날아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주장하는 종교다원주의가 모든 성도가 무비판적으로 따라야 할 입장인 것도 아니다. 저자 자신도 지적하듯, 신앙이란 불교·이슬람·무교·힌두교·유대교 등을 두루 비교·체험한 뒤 개인적으로 선택하는 문제라기보다, 대부분 사회·역사·문화적 맥락 속에서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원주의적 태도를 취하기 위해 일부러 타종교를 탐구하거나 기웃거릴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종교는 체험의 영역에 속하기에, 아무리 많은 연구와 대화를 나눈다 해도 직접 그 종교인이 되지 않고서는 타종교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오늘날 서구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종교다원주의적 사고는, 사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류해 왔다. 서구가 기독교 일원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근래에 이르러서야 다원주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다종교적·다경전적 환경 속에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공존해 왔다.
물론 기독교는 이러한 역사적 전통을 망각한 채, 점점 더 근본주의적 배타성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3·1운동과 같은 종교 간 연대의 전통을 다시금 굳건히 계승하고, 다석 유영모, 함석헌, 안병무와 같은 선구적 인물들을 재조명하고 재평가하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다원주의 사상의 무분별한 수입이나 역수입이 아니라, 이제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종교적 경험을 세계에 ‘수출’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많은 논쟁적 쟁점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만나기 어려운 매우 수준 높은 신학서로 평가할 만하다. 오늘의 한국 기독교에는 오히려 다소 늦은 감마저 드는, 꼭 필요한 책이다. 예수를 믿고자 하는 사람, 신앙의 갈등 속에서 고민하는 사람, 더 깊은 신앙의 길을 찾는 이들뿐 아니라, 기독교를 떠난 사람과 비그리스도인에게까지도 널리 권하고 싶은 탁월한 종교·인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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