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4. 16:48ㆍ기독교 이해
동료 목사님이 아모스서 7장을 본문으로 시국기도회 설교를 하셨습니다. 그는 "예언자 아모스가 살던 여로보암 2세 당시 집권층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불의가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다"며 아무리 부유하게 잘 산다 해도 "'정의'가 사라지면 후진국"이라 지적하였습니다. 이어 "아모스서를 살펴보면 그 시대 부자들은 가난한 자 머리의 티끌마저 탐냈다"는 언급이 있다며, 부자들의 끝 모를 탐욕을 질타하였습니다.
아무리 탐욕스럽다고 가난한자들 머리에 묻은 티끌까지 탐을 내는 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런 성구가 있는지 아모서를 부지런히 살펴보았지만 찾지 못하였습니다. 기도회를 마친 뒤에 해당 성구를 찾지 못했다고 했더니, 그 목사님은 아모스서 2장 7절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저는 새번역 성경으로 찾다 보니 "가난한 자 머리의 티끌을 탐낸다"는 표현을 찾지 못한 거였습니다. 개역성경에는 " 가난한 자의 머리에 있는 티끌을 탐내며"라고 뚜렷이 적혀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구절이라는 생각에 여러 번역본을 대조해 보았습니다.
아모스서 2장 7절을 우리말 성경들이 어떻게 번역하였는지 찾아보니 이러합니다.
개역개정 | 힘 없는 자의 머리를 티끌 먼지 속에 발로 밟고 연약한 자의 길을 굽게 하며 아버지와 아들이 한 젊은 여인에게 다녀서 내 거룩한이름을 더럽히며 |
개역한글 | 가난한 자의 머리에 있는 티끌을 탐내며 겸손한 자의 길을 굽게 하며 부자가 한 젊은 여인에게 다녀서 나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히며 |
공동번역 | 너희는 힘없는 자의 머리를 땅에다 짓이기고 가뜩이나 기를 못 펴는 사람을 길에서 밀쳐낸다. 아비와 아들이 한 여자에게 드나들어 나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힌다. |
새번역 | 그들은 힘없는사람들의머리를 흙먼지 속에 처넣어서 짓밟고, 힘 약한 사람들의 길을 굽게 하였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여자에게 드나들며, 나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혔다. |
현대인의성경 | 힘 없는 자를 땅의 티끌처럼 짓밟고 겸손한 자를 무시하며 아버지와 아들이 한 창녀를 찾아다녀 나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히고 |
주교회의성경 | 그들은 힘없는 이들의 머리를 흙먼지 속에다 짓밟고 가난한 이들의 살길을 막는다. 아들과 아비가 같은 처녀에게 드나들며 나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힌다. |
대체 원문(히브리어 성경)이 어떻게 나오길래 이처럼 번역하였는지 궁금해 찾아 보았습니다.
הַשֹּׁאֲפִים עַל־עֲפַר־אֶרֶץ בְּרֹאשׁ דַּלִּים וְדֶרֶךְ עֲנָוִים יַטּוּ וְאִישׁ וְאָבִיו יֵלְכוּ אֶל־הַנַּעֲרָה לְמַעַן חַלֵּל אֶת־שֵׁם קָדְשִׁי׃
직역: "가난한 자들의 머리 위 땅의 먼지를 들이 마시고, 온유한 자들의 길을 왜곡하며, 남자와 그의 아버지가 같은 소녀에게 가서 내 거룩한 이름을 더럽히는도다."
이 구절(암 2:7)에서
- "הַשֹּׁאֲפִים"는 "숨을 들이마시는 자들",
- "עַל־עֲפַר־אֶרֶץ"는 "땅의 먼지 위에",
- "בְּרֹאשׁ דַּלִּים"는 "가난한 자들의 머리 위에",
- "וְדֶרֶךְ עֲנָוִים יַטּוּ"는 "온유한 자들의 길을 왜곡하며",
- "אִישׁ וְאָבִיו"는 "남자와 그의 아버지",
- "יֵלְכוּ אֶל־הַנַּעֲרָה"는 "소녀에게 가서",
- "לְמַעַן חַלֵּל אֶת־שֵׁם קָדְשִׁי"는 "내 거룩한 이름을 더럽히는도다"입니다
따라서 2장 7절 서두를 직역하면 "가난한 자 머리 위 땅의 먼지(또는 티끌)을 들이 마시고..."라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개역성경이 "가난한 자의 머리에 있는 티끌을 탐내며"라고 번역함으로써 오해를 낳은 거였습니다. 개역성경은 축자적 직역을 하였기에 이처럼 번역한 거 같습니다. 개역개정은 암 2:7의 서두를 " 힘 없는 자의 머리를 티끌 먼지 속에 발로 밟고 "로 의역해 오해의 소지를 없앴습니다. 다른 한글성경들도 대체로 엇비슷하게 의역하였습니다.
이 한 구절만 봐도 성경 번역의 어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 הַשֹּׁאֲפִים(하쇼아핌, ha-sho-a-fim)이란 단어에서 "הַ" (하) 는 정관사 "the"를 뜻하고, "שֹּׁאֲפִים" (쇼아핌)은 "숨을 들이마시는 자들" 또는 "갈망하는 자들"이라는 의미의 동사 형태입니다. 개역성경이 "티끌을 탐내고"로 번역한 까닭은 '쇼아핌'이란 단어에 "갈망하는 자들"이란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부자가 가난한 자의 머리 위 티끌을 갈망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난한 자의 머리를 땅에 짓이기고"라 번역해야 적절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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