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4. 16:57ㆍ기독교 이해
사도 바울이 언급한 다양한 영적 존재들(권세들, 능력들, 주관들, 보좌들, 세상 주관자들, 영들, 관원들, 초보적 영들)은 당시 1세기 그레코-로마 사회의 세계관과 신앙을 반영합니다. 또한 유대교적 및 초기 기독교적 사상을 통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로마 작가나 이교도들은 영적 존재들에 대한 풍부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의 저술에서 다양한 영적 존재와 신적 존재들을 언급합니다. 바울의 개념들과 이러한 고대 이교도 작가들의 개념을 비교해 볼 때, 당시의 영적 세계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울은 영적 세계를 설명할 때 당시 널리 쓰이던 영적 존재들에 대한 용어들을 사용합니다. 그가 사용한 각 용어는 특정한 영적 존재나 계층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울은 이들을 언급함으로써 영적 세계가 복잡하고 여러 층위로 이루어져 있음을 나타내며, 특히 그리스도와의 관계에서 이 영적 존재들을 이해하고 대처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1. 권세들(ἄρχαι, Archai)
- 의미: 권세들은 ‘시작’, ‘원리’라는 의미를 가지며, 더 넓게는 ‘통치자들’ 또는 ‘주권자들’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영적 세계의 상위 계층에 속하는 존재로, 세상과 영적 영역에 대한 통치적 권위를 가진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 층위: 권세들은 종종 영적 세계의 첫 번째 계층으로 언급되며, 이들은 세계를 지배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영적 통치자들로 여겨졌습니다.
- 고대 이교도 관점
- 플라톤: 플라톤의 작품 *티마이오스(Timaeus)*에서, 그는 우주가 지배자들에 의해 통치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 지배자들이 하늘의 별이나 행성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으며, 이들은 신적 힘의 대리자들이라고 여겼습니다. 플라톤은 이러한 영적 존재들이 인간의 운명과 세계의 질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세네카: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그의 *편지들(Epistulae Morales)*에서, 인간이 신들(라틴어로 "numina")의 권세 아래에 있다고 언급합니다. 그는 이 신들이 인간의 행동과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며, 이들의 권세는 인간이 초월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2. 능력들(ἐξουσίαι, Exousiai)
- 의미: 능력들은 ‘권한’, ‘힘’, ‘권세’를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특정한 힘이나 권위를 가진 영적 존재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종종 다른 영적 존재들을 감독하거나 명령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 층위: 능력들은 권세들보다 한 단계 아래에 위치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이 가진 권위는 인간 세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 고대 이교도 관점
-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Metaphysics)*에서 우주와 자연의 질서가 신성한 힘에 의해 유지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 힘들을 "능력" 또는 "권한"으로 보았으며, 이들이 우주의 구조와 인간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겼습니다.
- 디오니시우스: 디오니시우스는 그의 작품 *신의 이름들에 대하여(On the Divine Names)*에서, 다양한 신적 힘들이 우주의 각 부분을 통제하며, 이들이 세상의 여러 힘들을 지배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러한 능력들이 신적 권위의 연장이며, 인간이 이들을 이해하고 순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3. 주관들(κυριότητες, Kyriotetes)
- 의미: 주관들은 ‘주권’, ‘지배’를 의미하는데, 이는 특정한 영역을 지배하거나 관리하는 영적 존재들을 나타냅니다. 이들은 종종 특정한 지역이나 영역에 대한 주권을 가진 존재들로 이해되었습니다.
- 층위: 주관들은 특정한 지역 또는 개념적 영역에서 주권을 행사하는 존재들로, 그레코-로마 세계관에서 지역 신이나 수호신과 유사한 역할을 했습니다.
- 고대 이교도 관점
- 포르피리우스: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포르피리우스는 그의 저술에서 "다이몬들"이 특정 영역과 사람들을 주관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 다이몬들이 특정한 지역이나 사람들에 대한 주권을 행사한다고 하였으며, 이들은 인간 세계와 신적 세계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헤시오도스: 헤시오도스는 그의 *신들의 계보(Theogony)*에서 다양한 신들이 우주의 특정 영역을 지배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 신들이 인간 세계에 주관적 역할을 한다고 믿었으며, 이들의 힘이 인간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4. 보좌들(θρόνοι, Thronoi)
- 의미: 보좌들은 ‘왕좌’, ‘보좌’를 의미하며, 이는 주로 영적 세계에서 특별한 권위나 명예를 상징하는 존재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신적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 층위: 보좌들은 종종 영적 세계의 최상위 계층에 위치하며, 그리스도와 같은 신적 존재들의 가까운 측근으로 여겨졌습니다.
- 고대 이교도 관점
- 비르길리우스: 로마의 시인 비르길리우스는 *아이네이스(Aeneid)*에서 신들이 하늘의 보좌에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그는 이 신들이 인간 세계의 중요한 사건들을 조정하며, 이들의 결정이 세계의 질서를 유지한다고 강조합니다.
-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는 그의 *이교 신앙의 몰락(De Defectu Oraculorum)*에서 신들이 하늘의 보좌에서 인간의 세계를 통제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들이 우주의 최상위 존재들이며, 인간의 모든 일에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5. 세상 주관자들(κοσμοκράτορες, Kosmokratores)
- 의미: 세상 주관자들은 ‘세상의 통치자들’을 의미하며, 이는 이 세상의 악한 영적 세력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사탄과 연관된 악한 영적 존재들로, 세상에서 악과 혼란을 일으키는 역할을 합니다.
- 층위: 세상 주관자들은 이 세상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인간 세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한 영적 존재들로 여겨졌습니다.
- 고대 이교도 관점
- 루크레티우스: 루크레티우스는 그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De Rerum Natura)*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신적 존재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는 이 존재들이 세계의 모든 사건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의 고통과 기쁨을 결정한다고 주장합니다.
- 오비디우스: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에서 신들이 세상을 지배하며,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장면들을 묘사합니다. 그는 이 신들이 세상 주관자들로서, 인간의 행동을 감시하고 그에 따라 보상하거나 벌한다고 설명합니다.
6. 영들(πνεύματα, Pneumata)
- 의미: 영들은 일반적으로 영적 존재들을 의미하며, 이는 천사나 악령 모두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 용어는 영적 존재들의 일반적인 범주를 나타냅니다.
- 층위: 영들은 하위의 영적 존재들을 포함하며, 이들은 특정한 역할이나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들로 이해되었습니다.
- 고대 이교도 관점
- 키케로: 키케로는 그의 저술 *신들의 본성에 대하여(De Natura Deorum)*에서 영적 존재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는 이 영들이 신들의 대리자 역할을 하며, 인간의 세계에 영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합니다.
- 플로티누스: 플로티누스는 그의 *엔네아데스(Enneads)*에서 영적 존재들이 인간과 신 사이의 중개자로 작용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 영들이 인간의 영혼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신적 세계의 명령을 전달한다고 보았습니다.
7. 관원들(ἀρχόντες, Archontes)
- 의미: 관원들은 ‘지배자들’ 또는 ‘통치자들’을 의미하며, 이는 영적 영역에서 권세를 가진 존재들을 가리킵니다. 이 용어는 일반적으로 권세와 관련된 높은 영적 존재들을 지칭합니다.
- 층위: 관원들은 권세들과 유사하게 높은 계층의 영적 존재들로, 영적 세계의 주요 통치자들로 여겨졌습니다.
- 고대 이교도 관점
- 필로스트라토스: 필로스트라토스는 그의 저술 *아폴로니우스의 생애(The Life of Apollonius of Tyana)*에서 관원들에 대해 언급하며, 이들이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는 영적 존재들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들이 하늘과 땅의 모든 일에 관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에픽테토스: 에픽테토스는 그의 *강론들(Discourses)*에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신적 관원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는 이들이 인간의 운명과 행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인간이 이들의 뜻에 순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8. 초보적 영들(στοιχεῖα, Stoicheia)
- 의미: 초보적 영들은 ‘원소’, ‘초보적인 것들’을 의미하며, 이는 세상의 기본적인 원리나 영적 힘을 나타냅니다. 이 용어는 종종 고대 그리스와 로마 세계에서 자연의 요소들과 연관된 영적 존재들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 층위: 초보적 영들은 가장 낮은 계층에 속하며, 세계의 기본적인 구조나 원리에 영향을 미치는 영적 존재들로 이해되었습니다.
- 고대 이교도 관점
- 갈렌: 갈렌은 그의 의학 저술에서 초보적 영들에 대해 논의하며, 이들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 영들이 자연의 원소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들의 균형이 인간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 헤로도토스: 헤로도토스는 그의 역사서에서 자연의 원소들과 관련된 신적 존재들을 언급합니다. 그는 이들이 세상의 기본적인 질서를 유지하며, 인간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1세기 그레코-로마 세계관과의 연관성
1세기 그레코-로마 사회에서는 우주가 여러 층위로 나뉘어 있으며, 각 층위에는 다양한 신적 존재들이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들은 행성, 별, 자연 요소와 관련된 신적 존재들로, 인간의 운명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바울의 사상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그는 이러한 영적 존재들을 기독교적 맥락에서 재해석하여 설명했습니다.
바울은 이러한 영적 존재들을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나 세력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하나님의 통치와 대조되는 존재들로 보았습니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권위 아래 있으며,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에 의해 패배할 운명에 놓여 있는 존재들입니다. 바울의 가르침에서 이러한 영적 존재들에 대한 이해는 신자들이 영적 전쟁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그들의 위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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