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9. 19:03ㆍ농사 이야기
올해 처음으로 수박농사에 성공하였습니다. 지금껏 거의 5년 남짓 매년 수박을 심었을 겁니다. 많이 심은 건 아니고 모종 두세 그루씩 사서 심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수박을 한 통이라도 거두어 먹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두어 해 전에 복수박을 정원에 심어 조그마한 수박 한 통을 따서 먹은 기억이 전부였습니다.
대체 왜 수박농사가 안 되는 지 그게 늘 궁금하였습니다. 거름도 하고 물도 주고 정성을 쏟아 보았으나 허사였습니다. 올해는 복수박 모종을 세 그루 사서 밭에 심었습니다. 그중에 한 그루는 일찍 말라죽었고, 두 그루만 살았습니다. 두 그루 중에 한 그루는 무슨 일인지 잘 자라지 않았고, 나머지 한 그루만 넝쿨이 힘차게 뻗었습니다. 토질에 따라 복수박 넝쿨의 성장 속도가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잘 자라지 않던 넝쿨에서는 겨우 한 통의 수박이 달렸습니다. 그마저 작은 편이었습니다. 나머지 한그루는 넝쿨이 사방팔방 뻗더니만 곧 무수히 꽃을 피웠습니다. 수박을 얻으려면 일곱 번째 마디까지는 꽃을 따줘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적 있습니다. 수박 꽃은 몇 개만 남겨 두고 부지런히 따주었습니다. 얼마 지나자 그 한 그루에서 무려 수박 여섯 덩이가 맺혔습니다.
수박은 어느 정도 자라더니만 더 이상 자라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또 수박을 언제 따야하는 지 궁금하였습니다. 검색해 봤더니 복수박은 일반 수박의 1/3 수준 크기이더군요. 수박 꼭지 부위에 잔털이 사라지면 따라는 조언도 보였습니다. 첫 수박은 따서 지인에게 선물하였습니다.
세 통은 아내, 아들이랑 나눠 먹었고 두 통은 교우들이 맛을 보게 나눴습니다. 나머지 한 통은 잘 자라지 않던 넝쿨에서 맺힌 거였는데, 맨 마지막으로 따서 제가 먹었습니다. 그 수박은 너무 익은 편이었고 다른 수박들에 비해 씨앗이 굵었습니다. 수박을 키우는 대신 씨앗을 키웠나 봅니다.
수박을 먹으면서 씨앗을 모았습니다. 여느 수박을 사서 먹으면 다 버리곤 하는데 이번에는 씨앗을 모아서 종이에 넣어 보관하였습니다. 내년에 심어볼 계획입니다. 발아하면 고마운 일이고 발아 안 하면 모종을 사서 심어야겠지요. 올해 수박농사는 그런대로 성공이었습니다. 그만큼 정성을 쏟았고 거름도 세 차례 정도 넣어 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성을 쏟는다면 농사가 안 될 리가 없다"는 평범한 교훈을 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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