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햐얗게 피었습니다
2023. 3. 30. 22:39ㆍ솔샘정원 꽃과 나무

벚꽃 / 안재동
천지天地에 저뿐인 양 옷고름 마구 풀어헤친다
수줍음일랑 죄다 땅 밑으로 숨기고 백옥같이 흰 살결 드러내 하늘에 얼싸 안긴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자태 찬란도 단아도 이르기 부족한 말 수십 여일 짧은 생마른 장작 타듯 일순 화르르 온몸을 아낌없이 태우며
세상천지를 밝히는 뜨거운 사랑의 불꽃
아무리 아름다워도 찰나에 시들 운명, 순응이나 하듯
봄비와 산들바람을 벗삼아 홀연히 떠나버린 자리에 오버랩되는 고즈넉한 그리움

❤️🧡
동네 들어오는 죽림호수 근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어제 찍은 사진은 어스름질 무렵이라 벚꽃의 진면목을 알 수 없어 오늘 낮 다시 촬영하였습니다.
여수 벚꽃은 지금이 절정입니다. 아마 이삼일 지나면 눈가루처럼 떨어지고 말겠지요. 꽃은 작아도 여럿이 한데 모여 피니 무척 커 보이는 꽃입니다.
순천 쪽으로 가다 보면 산 절반가량이 벚꽃으로 뒤덮인 곳도 있더군요. 벚꽃으로 흰 산을 이룬 겁니다.
꽃들로 가득한 이 봄날,
이 날을 보지 못한 채 얼마 전 먼저 떠난 후배들을 떠올려 봅니다. 아직 젊은데 무어 그리 급한지 하늘은 너무 빨리 데려가더군요.
남은 자들이 그들 몫까지 잘 살아야겠지요. 벚꽃이 찬란하게 피었다가 금세 지듯이 우리 인생도 그럴 겁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아름다운 봄을 맞을까요? 오늘이, 이 봄이 마지막인 것처럼 후회 없이 보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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