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3. 12:45ㆍ책 읽기

유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치 히틀러에 의한 600만 유대인 대학살, 곧 홀로코스트다. 도대체 인류의 역사에서 왜 이런 끔찍한 일이 자행되었을까? 또 그렇게 참혹한 인종학살을 당하며 짐승처럼 죽어가면서도 “구름이 해를 가릴지라도 우리는 구름 너머에 해가 있음을 안다”라는 낙서를 남기며 유일신 신앙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유대인들의 종교는 과연 어떤 것일까?
유대교에 대해 적지 않은 궁금증을 품고 있던 나에게, 이번에 읽은 이 작은 책은 평소 알고 싶었던 많은 질문에 답을 건네주었다. 비록 충분한 해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말이다.
저자 노먼 솔로몬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히브리·유대학 연구소에서 유대사상을 강의하고 있는 유대인 학자다. 그는 유대인의 입장에서 유대교의 실체를 성실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은 책의 신뢰도를 한층 높여준다. 우리는 그동안 기독교적 관점에서 유대교를 이해하는 데 익숙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대교 내부의 시선으로 설명되는 유대교는, 우리가 지니고 있던 여러 선입견을 깨뜨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솔로몬 교수는 책의 서두에서 기독교와 유대교의 차이를 먼저 제시하며, 상호 오해의 근원을 짚어낸다. 예컨대 각 종교의 신앙을 설명하는 데 핵심이 되는 용어들을 나열해 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성부·성자·성령, 부활, 십자가, 승천, 심판, 회개, 영생, 중생과 같은 개념이 중요하다면, 유대인들에게는 하나님, 토라, 미츠바(계명), 아베라(범죄·죄), 테슈바(참회), 체다카(공의·정의), 예체르 토브(선한 욕구)와 같은 개념이 신앙의 중심을 이룬다.
이 책은 유대인의 정체성, 유대교와 기독교가 분리되게 된 역사적 배경, 유대교의 발전 과정, 달력과 축제, 유대인의 영적 생활과 가정, 20세기 이후의 유대교, 그리고 현대 사회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유대교적 이해 등 중요한 주제들을 비교적 알기 쉽게 다루고 있다.
특히 유대교와 기독교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저자는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오해를 간명하게 뒤집는다. 흔히 기독교가 유대교를 ‘맏형’으로 여기는 인식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탈무드를 비롯한 랍비 유대교의 핵심 텍스트들은 복음서보다 후대에 기록되었기 때문에, 텍스트의 형성 시기만 놓고 보면 ‘맏형’은 오히려 기독교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 점에서 유대교는 기원 후 오랜 세월을 거쳐 탈무드와 같은 방대한 문헌들이 완성되며 오늘의 형태로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의 유대교는 홀로코스트 이후 신관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변화를 거치며 현대 사회에 적응해 왔다.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로 유대교 내부에도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데, 크게 정통파 유대교와 개혁파 유대교로 나뉜다. 특히 개혁파 유대교는 페미니즘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 예배 의식의 변화 등을 통해 현대인의 삶 속으로 스며들며 유대교 신앙의 지평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 유대교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입문서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이 작은 책은 매우 유용한 유대교 개설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오늘의 유대교와 유대인들에 대해 그동안 품어왔던 왜곡된 편견을 씻어내고,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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