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기행과 회심의 거리

2026. 1. 22. 12:46ㆍ책 읽기

공지영,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김영사
 

 
나는 한 사람의 간증기 같은 글을 별로 즐겨 읽지 않는 편이다. 신앙은 사람마다 체험하는 바가 다를 수 있는데도, 자신이 겪은 경험을 마치 특별하고 대단한 것인 양 내세우는 태도가 그다지 곱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지영 씨의 신작 『수도원 기행』은 엄밀한 의미에서 그러한 간증집은 아니다. 다만 유럽 수도원 기행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이 18년 만에 신앙을 회복하기까지의 삶의 과정을 곳곳에 곁들여 놓았다는 점에서 이 책 역시 한 개인의 간증 수기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사서 읽을지 말지를 두고 한동안 망설였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유럽 수도원들의 현재 모습과 분위기에 대해 알고 싶다는 개인적인 관심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지영 씨가 신앙을 회복하게 된 데에 김민웅 목사의 영향이 컸다는 이야기를 이미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김민웅 목사라면 언론 활동과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인물로, 나 역시 높이 평가하며 호감을 가진 분이다. 그렇기에 그를 통해 공지영 씨가 어떻게 다시 신앙을 되찾게 되었는지, 그 구체적인 과정이 더욱 궁금해졌다.
 
결국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받아보니, 고급스러운 종이에 화려한 유럽 수도원의 사진들이 곳곳에 실려 있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책을 읽어 가는 동안 유럽 수도원들의 웅장함에 새삼 감탄하게 되었고, 작가가 만난 다양한 인물들―교포, 신부, 수녀 등―의 이야기도 제법 흥미로웠다. 특히 작가가 처음 방문한 아르정탱의 ‘베네딕트 여자 봉쇄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교포 수녀들의 이야기나, ‘길 위의 성모 피정의 집’에서 만난 장 신부의 소탈함과 자상함이 드러나는 대목은 인상 깊었다.
 
장 신부는 가톨릭 미사의 딱딱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성체를 나눌 수 있도록 미사를 집전했으며, 강론 또한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마술이나 대단한 사랑이 아니라, 나그네를 잘 대접하는 것이 예수 사랑의 실천”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작가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장 신부가 세상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했던 여인이나 베트남 보트피플처럼 삶에 지치고 상처 입은 이들의 곁을 지켜 주는 진정한 친구였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처음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수도원 생활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는 그다지 많지 않다. 또한 작가가 왜 굳이 수도원들을 찾아 기행에 나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난 뒤 문득 떠오른 생각은, 한국 독자들이 열망해 온 유럽 여행의 이미지에 종교적 색채를 덧입혀 비교적 계산된 상업적 글쓰기를 시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 이유는, 홍보 문구에서 기대하게 되는 것과 달리 공지영 씨의 내밀한 삶의 고백이나 회심의 동기가 충분히 설득력 있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약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여러 유럽 수도원을 주마간산식으로 훑듯 서술하다 보니, 각 장소와 체험이 깊이 있게 다가오기보다는 피상적인 인상에 머무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인상 탓에, 한때 운동권 출신 시인이었던 최영미 씨가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주목받은 뒤 유럽 여행을 다녀와 펴낸 『시대의 우울―최영미의 유럽 일기』를 떠올리게 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며, 작가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생겨난 의심일 수도 있다. 또한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행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기 때문에 생긴 실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삶의 여정 속에서 적지 않은 아픔을 겪어 왔을 공지영 씨가 잃어버렸던 신앙을 다시 회복하게 되었다는 사실만큼은 그의 삶에 있어 분명 중요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가 만난 한 독일 여인의 말처럼, 그들의 세대가 ‘정치에 치여 살았기에’ 신앙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암울한 시대의 기억을 이제는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수도원 기행』을 통해 한층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으로 돌아온 작가 공지영을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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