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튀세르의 계급과 경제 재구성

2026. 1. 22. 09:42ㆍ책 읽기

윤소영, 『알튀세르를 위한 강의』를 통해 본 일반화된 생산양식과 계급 없는 계급투쟁

 

 

윤소영의 《알튀세르를 위한 강의》(공감, 1996)는 알튀세르 사상을 한국 독자들에게 쉽고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동시에, 그의 독창적인 경제 및 계급 이론을 상세히 조명한다. 특히 ‘일반화된 생산양식’과 ‘계급 없는 계급투쟁’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분석한 점이 돋보인다.

 

먼저 일반화된 생산양식 개념은 바타이유와 문화인류학자, 특히 모스의 연구 성과에 기대어 정식화된다. 윤소영은 이를 통해 자본주의에서 생산, 축적, 절약이 핵심 미덕으로 강조되는 ‘제한된 경제’의 특수성을 지적한다. 반대로 소비와 지출, 나아가 낭비가 경제의 본질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통찰은 마르크스의 생산양식 개념에 대한 데리다적 비판과 맞닿는다. 이는 근대사회와 부르주아 계급투쟁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경제 개념을 상대화하는 중요한 시도로, 케인즈 경제학의 핵심 테제와도 연결된다.

 

둘째, ‘계급 없는 계급투쟁’ 개념은 알튀세르의 존재론적 테제를 잘 보여준다. 그는 계급투쟁보다 먼저 존재하는 ‘계급’ 개념 자체를 비판하며, 계급투쟁 속에서 계급이 형성된다고 본다. 이는 전통적인 산업자본가, 독점자본가, 산업노동자, 중공업 노동자와 같은 계급적 동일성이 해체되고, 금융자본과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계급투쟁의 메커니즘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기존 맑스주의적 정의로 규정된 계급은 점차 소멸하고 있으며, 향후 새로운 계급적 동일성이 재구성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윤소영은 또한 알튀세르 사상을 통해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한계를 비판한다. 그는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가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이에 맞서야 할 국제공산주의 운동 역시 내부 분열로 무능하다고 지적한다. 기존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 자본주의 생산양식 자체의 변화를 충분히 분석하지 못하는 점을 문제 삼으며, 특히 초민족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적 지배 질서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알튀세르는 ‘인민을 위한 민주주의’, 즉 인민민주주의 전략을 제시하며, 현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시대의 변혁적 전망을 고민한다.

 

결국 윤소영의 강의는 난해한 알튀세르 사상을 해체하며, 독자들이 현대 사회의 경제 구조와 계급 문제, 자본주의 변혁의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도록 돕는다. 일반화된 생산양식과 계급 없는 계급투쟁, 그리고 국가독점자본주의론 비판은 단순한 이론적 논의가 아니라, 오늘날의 산업 구조와 금융자본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