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1. 15:54ㆍ책 읽기
트레버 반즈 『어린이 세계 종교』가 들려주는 신앙과 문화의 지도

어린이라고 해서 종교와 결코 무관할 수는 없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각기 다른 종교 문화 전통 속에서 종교를 접하고, 종교적 삶을 경험하며 자라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종교를 폭넓게 이해하는 일은 어린이들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설령 특정 종교를 갖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필요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세계의 종교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각 나라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존중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다양한 종교 전통을 이해하고 헤아릴 줄 아는 아이와, 단 하나의 종교만 접하며 성장한 아이 사이에는 사고의 폭과 지향에서 필연적으로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끊임없는 종교 갈등과 전쟁의 당사자들이 어린 시절 어떤 종교 교육을 받았는지를 돌아보는 일 또한 결코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트레버 반즈의 『어린이 세계 종교』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눈길을 끄는 책이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세계 종교의 어제와 오늘을 쉽고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번역자가 원로 종교학자인 윤이흠 교수라는 점에서 내용의 신뢰성과 깊이를 더해 준다. 종교를 편견 없이 소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떠올려 보면, 이 책이 일정한 균형과 객관성을 유지하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주요 종교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는 점은 특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어린이를 위한 종교 안내서로서 오랫동안 사랑받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한 백과사전식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삽화와 희귀한 사진 자료, 이해를 돕는 해설을 곁들여 각 종교의 핵심 가르침과 전통을 독자에게 친절하게 전달한다. 책에서 다루는 종교는 힌두교·자이나교·시크교·불교·한국 종교·중국 종교·신도·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더불어 고대 이집트·그리스·로마의 종교,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전통 신앙, 현대의 신흥 종교들까지 간략하지만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 트레버 반즈는 영국의 방송인이자 저널리스트로, 오랜 기간 종교 관련 글을 써 온 인물이다. 특히 이 책에서 한국의 종교가 한 장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유교·불교·그리스도교·무교를 다루는 대목은 외국인 저자의 작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생생하다. 만약 사진이나 삽화, 혹은 일부 내용이 출판사나 역자의 보완을 거친 것이라면,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덧붙여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다만 어려운 용어 풀이와 찾아보기(색인)를 충실히 갖추고 있어, 어린이 독자를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은 분명히 느껴진다. 여기에 종교 전문가인 역자의 짧은 해제가 덧붙여졌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책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볼 때 『어린이 세계 종교』는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종교들을 어린이들에게 친근하게 소개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책이다. 책을 차분히 읽다 보면, 세계의 여러 종교가 결국 인간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통찰도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자라나는 세대가 이런 책들을 통해 자기만의 울타리를 넘어, 종교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더 깊은 차원에서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모색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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