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다

2025. 7. 2. 15:03농사 이야기

 

얼마 전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그런데 감자꽃조차 피지 않을 정도로 감자순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거둔 수확이라, 알갱이도 작고 수확량도 많지 않았습니다. 내 수확 모습을 본 이웃 밭의 어르신이 지나가며 한 마디 하셨습니다.


"거름을 해야 해."

 

그 말씀이 정곡을 찔렀습니다. 맞습니다. 어떤 작물이든 거름 없이 수확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겨우내 묵은 밭을 일구어 감자를 심고, 김도 매며 고생은 했지만, 제대로 된 수확이 없으니 허탈하기만 합니다. 요소비료는 쓰지 않더라도, 퇴비 거름은 반드시 했어야 했는데, 그만 적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감자 농사를 망치고 나서야 뒤늦게 반성하며, 옥수수밭과 호박, 고구마밭에는 꼭 퇴비를 주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늘 농약사에 들러 계분 퇴비 한 포대를 구입했습니다. 들으니 매년 농협에서는 시청의 지원을 받아 돼지분 퇴비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시골 마을 이장을 통해 신청하면 한 포에 1,7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농협 조합원이 아니면 자격이 안 될 줄 알았는데, 농가 경영체 등록만 되어 있어도 신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올해는 신청 시기를 놓쳐서 급한 대로 일반 가격인 4,000원에 한 포대를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구입한 계분 퇴비를 오늘 옥수수밭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동안 아무 거름도 없는 밭에서 얼마나 고생했을까요? 동네 입구 삼거리 집에서는 "삶은 옥수수 팔아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옥수수를 팔고 있습니다. 마을 안쪽 농곡마을에서 수확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요소 비료를 듬뿍 넣고 키운 옥수수입니다. 아내가 한 봉지에 만 원을 주고 사 와서 주일 낮, 교우들과 함께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올해 내가 정성 들여 가꾼 옥수수밭에서도 과연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넣어준 계분을 양분 삼아 튼튼히 자라나고, 마침내 풍성한 결실로 보답해 주기를 소망해 봅니다.

반응형

'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칡넝쿨 헤치고 올라간 산비탈 밭  (0) 2025.07.07
'복수박' 일곱덩이를 거두다  (0) 2024.08.29
올 들어 옥수수 첫 수확  (0) 2024.07.26
논두렁을 베다  (2) 2024.07.23
산비탈밭 풀베기와 개복숭아  (0)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