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1. 00:06ㆍ짧은 생각
말을 부리는 자는 말의 힘이 강한지 약한지 헤아려보고 실을 물건의 많고 적음을 견줘본 뒤에야 길을 떠난다. 배를 부리는 자 또한 무겁고 가벼움을 헤아리고 굳센지 흠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나서도, 파도와 바람의 기색을 살핀 뒤에야 길을 떠난다. 사물에 있어서도 그렇지 않음이 없다. 유독 높은 지위를 좋아하는 자는 스스로 그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헤아리지 않는다. 힘은 나약한데 책임은 크고 보니 허둥지둥 그저 얻지 못할까 염려하다가, 얻고 나면 감당하지 못해서 고삐를 거두고 키를 돌리지만 때가 이미 늦고 만다.
(판토하의 <칠극>1.78 )

예수님의 망대의 비유와 전쟁 앞둔 왕의 비유(눅 14:28-32)를 떠올리게 하는 글입니다. 두 비유는 이러합니다. 망대를 세우려는 사람은 완공까지 드는 비용계산부터 한 뒤에 공사를 시작합니다. 다른 나라 왕이 이만 군사를 거느리고 쳐들어올 때 군사 만 명을 둔 왕은 과연 당해낼 수 있겠는지 먼저 헤아려본 뒤 안 되겠다 싶으면 화친을 맺습니다. 세상 이치가 이러한데 위 글에 따르면 "유독 높은 지위를 좋아하는 자는 스스로 그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헤아리지 않는" 병통이 있습니다. 그토록 이재에 밝고 사리 분별 잘도 하는 이들이 왜 '높은 지위' 얻는 일에서 만큼은 앞뒤 분간을 못하는 걸까요? 그 지위가 아찔하게 높아 다른 사람과 자신을 보는 눈을 잃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남들이 봤을 때는 이미 능력 이상으로 얻은 사람인데도 자족을 모르고 더 높아지려다 끝내 제 올무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들이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지나친 욕심으로 자신을 망친 격입니다. 지금 대통령 부부도 그런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검사장까지만 했다면 이런 사달이 났을 리 없지 않을까요? 하긴 자기 능력도 모른 채 그저 높아만지려 드는 세태부터 바꿔야 지금 같은 불행이 도처에서 반복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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