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2. 20:58ㆍ솔샘정원 꽃과 나무
'능소화'(凌霄花)란 꽃입니다. '능소'라는 한자말은 '업신여길 릉(凌),' '하늘(또는 닮을) 소(霄)'여서 "하늘을 업신여기는 꽃"이란 의미랍니다. "하늘을 업신여기다니" 그다지 좋은 이름은 아니네요. 아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줄기가 뻗는 속성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능소화나무는 담쟁이덩굴처럼 늦봄부터 쭉쭉 뻗어나가는 속성이 있습니다.
저희 집 능소화나무는 뒤란 돌틈에서 자랍니다. 겨울에는 앙상한 줄기만 있다가 봄이 오면 거기서 새순이 돋아납니다. 능소화꽃은 '양반꽃'이란 별칭이 있을 정도 양반집에서 주로 즐겨 심었다고 합니다. 상민이 이 꽃나무를 집에 심으면 붙잡혀 볼기를 맞기도 했다네요. 해도 너무하지요. 겨우 꽃나무 하나 갖다 심었다고 매질을 하였다니 말입니다. 능소화가 '양반꽃'이라 불릴 만큼 조선시대에는 양반들의 기품을 상징하는 꽃나무로 알려졌나 봅니다.
올해 능소화는 위 사진에 핀 꽃들과 이미 진 몇 송이가 전부입니다. 앞으로 더 피어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장마비가 내릴 무렵 능소화 줄기가 여러 개 뻗어 나와서 그중에 몇 개를 잘라다가 울타리 밑과 교회 올라가는 계단 밑 화단에 삽목 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확인해 보니 울타리 밑에 삼목한 것들은 모두 죽어 없어졌고 교회 계단 밑쪽 화단에서는 잘 살아 있더군요. 능소화나무가 교회 뒤란에 있다 보니 교우들이 잘 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이번에 삽목에 성공한 화단 쪽 나무가 잘 자라나 내년에는 꽃을 피우면 좋겠습니다.
능소화 꽃은 연한 주황색인데 형태는 나팔꽃과 비슷합니다. 여인들의 한복 중에도 능소화 색깔처럼 연한 주황색 한복이 있던데 능소화를 보고 그런 한복을 만든 모양입니다. 한여름 저희 정원에서는 백일홍과 능소화, 목수국 말고 꽃을 보기 힘듭니다. 백일홍은 지금 한창 피어나는 중이고 목수국은 절정입니다. 사시사철 정원에서 꽃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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