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2. 00:23ㆍ짧은 생각

공자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곧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태산 기슭에 살던 한 아낙이 시아버지, 남편, 아들까지 호랑이에 물려 죽었는데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눌러살겠다고 하였습니다. "왜 이처럼 무서운 곳을 떠나지 않느냐?"라고 묻자, 그 아낙은 "포악한 정치에 날마다 시달리며 사느니 차라리 호랑이에 시달리는 게 더 낫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에 공자는 호랑이 같은 맹수보다 '가혹한 정치'야말로 무섭다고 탄식하며 말하였습니다. 실제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호랑이나 귀신 따위가 아닙니다. 겉모습은 '사람'이되 속은 '악마'인 자들이야말로 소름 끼치는 존재입니다.
역사상 이 같은 악마들은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하얼빈 팡팡구에 있던 '731부대'(공식 명칭: 관동군 방역급수부 본부)만 보더라도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악마'는 존재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일제가 731부대를 처음 설립한 명분은 만주에 들끓던 말라리아, 장티푸스 등 각종 전염병을 예방하고 물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널리 알려졌듯이 731부대는 중국인, 조선인, 미국인, 러시아인, 몽골인 등을 붙잡아 산 채로 온갖 잔악무도한 실험을 일삼았습니다. 동상 실험, 탄저균 실험, 전염병 실험... 731부대는 실험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을 '마루타'라 불렀는데 이는 '통나무'라는 의미입니다. 731부대를 이끌던 자들은 피실험자들을 '사람'이 아니라 '통나무'로 여겼던 겁니다.
아무리 '전쟁 광기'에 휩싸인 상태라도 어찌 사람이 사람에게 이 같은 짓을 벌였을까요? 731부대를 총괄 지휘한 자는 이시이 시로 제1대 부대장이었습니다. 그는 도쿄제국대학 출신의 의사였습니다. 그를 도운 실질적 책임자 다케다노미야 츠네요시 육군 증좌는 메이지 덴노의 외손자인 '황족'이었다고 합니다. 이시이 시로를 비롯해 도쿄제국대학 출신의 의학 전공자들은 여럿이었나 봅니다. 말하자면 731부대의 생체실험은 '지식'이 부족한 자들이 벌인 정신 이상의 광란이 아니었습니다. 어찌하면 더 빨리, 쉽게 사람을 많이 죽일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사람들을 상대로 실험을 거듭한 겁니다. 피실험자 중에는 조선 독립운동가도 40여 명에 이르고 심지어 유아나 임산부들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2차 대전이 끝난 뒤 미군 맥아더 사령관이 관할하던 도쿄 전범 재판소는 731부대 관련자 중 어느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금전적 보상까지 해 주고서 그들이 축적한 실험 데이터 얻었습니다. 미국은 이 데이터를 미군 포트 데트릭연구소로 옮겨 생물, 생화학 무기 개발에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일제는 1936년 731부대를 만들어 1945년 8월 패전할 때까지 약 5년간 운영하였습니다. 이런 일제보다 더욱 끔찍한 '악마'의 제국은 미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은 731부대가 어떠한 실험을 하였는지 잘 알면서도 그 자료를 넘겨받는 대가로 반인륜적 전쟁 범죄에 눈감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이 세계 도처에서 저지르는 악행은 일제가 저지른 전쟁 범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습니다.
지금 세계는 신학자 월터 윙크가 말한 대로 '사탄의 체제'로 뒤얽혀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 위선의 가면을 벗기고 실체를 드러내 인류의 양심과 인간성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할 때입니다. '731부대'는 불과 80년 전에 존재하였고 그 관련자 중 일부는 여태 살아 있습니다. 그리 먼 과거가 아닙니다. 그 실체가 실증 자료로 알려진 시점은 불과 몇 년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끔찍한 역사에 너무 무관심하거나 빨리 잊어버립니다. 이러면 또 다시 유사한 광란이 얼마든지 벌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악랄한 짓을 벌일 수 있는지 똑바로 알아야 하고 꼭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처럼 참혹한 전쟁 범죄가 발붙이지 못하게 정신 바짝 차리고 적극 대처해야 악마의 준동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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