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울산동구 개표, 미분류표(재확인대상표) 이상하네?

2023. 6. 14. 18:01시사 톺아보기

분류표에서 우세해도 미분류표에선 뒤집혀....담당 선관위 직원 "우연의 일치"라 해명  

 20대 대선 여수시선관위 개표장 제20대 대선 여수시선관위 개표장. 오른쪽 라인이 투표지분류기운영부이고 왼쪽이 심사집계부이다. ⓒ 정병진
 
 

지난 2022년 3월 9일 치른 제20대 대통령선거(아래 20대 대선) 울산동구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분류표에서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가 앞섰을 때조차 미분류표(재확인대상표)에서는 윤석열 후보(국민의힘)가 대부분 우세한 결과가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개표사무원들은 투표지를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로 분류한 뒤 '미분류표'로 나온 투표지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수작업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울산동구 개표에서는 정상 분류표 비율과 미분류표 분류 결과의 비율에 차이가 커 통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울산동구선거관리위원회(아래 울산동구위원회)의 20대 대선 개표는 작년 3월 9일 저녁 6시부터 새벽까지 전하체육센터에서 진행됐다. 한 시민이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울산동구위원회 개표상황표를 살펴보면 전체 55매 중 4매("잘못투입, 구분된 투표지 개표상황표," "다른 위원회 사전투표지 개표상황표, 거소, 선상, 재외 개표상황표" 등)를 제외한 52매는 투표지분류기를 분류작업에 사용해 개표한 결과가 담겨 있다.
 
 

 울신동구위원회 방어동 관내사전투 제20대 대선 울산동구위원회 방어동 관내사전투 개표상황표 ⓒ 정병진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한 51매 개표상황표의 "분류된 투표지 확인결과"(아래 '분류표')에서 기호2번 윤석열 후보가 우세한 곳은 33매이고, 기호 1번 이재명 후보가 우세한 투표구는 18매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분류표(재확인대상투표지 확인결과)에서는 단 한 곳도 이재명 후보가 우세하진 않았고 남목1동 3투표구에서만 두 후보의 미분류표가 33매로 같았다. 분류표에서 이재명 후보의 표가 더 많이 나온 곳들조차 미분류표에서는 윤 후보의 표가 더 많았다.
 
가령 동구위원회 방어동 [관내사전] 투표 개표상황표를 살펴보면 투표지분류기가 자동 분류한 분류표 결과 이재명 후보(더민주)는 전체 투표수 6,629표 중에서 3,091표(46.6%)를 얻었고 윤석열 후보(국민의힘)는 2,865표(43.2%)이다. 분류표에서는 이 후보가 226표(3.4%) 더 많이 얻었다. 반면 미분류표(전체 413표)에서는 윤 후보가 215표(52%), 이 후보가 149표(36%)를 얻어 66표(15.9%) 윤 후보가 더 많이 얻은 결과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투표구의 개표상황표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공직선거 개표 절차는 개함부→투표지분류기운영부→심사집계부→위원검열→위원장 공표 순으로 진행된다. 개함부에서는 투표함을 탁자 위에 쏟아 100매 묶음 단위로 정리한 뒤 투표지분류기 운영부로 넘기고 투표지분류기운영부는 기기로 자동분류한다. 이때 후보자별로 자동 분류된 '분류표'도 나오지만 미분류표(재확인대상투표지)도 생긴다.
 
미분류표는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가 애매한 기표나 기기 결함 등의 원인으로 인식에 실패하여 쏟아내는 표이다. 투표지분류기운영부는 그 결과를 심사집계부에 넘기는데, 심사집계부의 개표사무원들은 분류표와 미분류표를 확인 작업을 한다. 분류표는 '투표지심사계수기'에 넣어 혹시 다른 후보자의 표가 섞여 있지 않는지, 즉 '혼표(뒤섞인 표)'가 있지 않은지 점검하고 미분류표는 수작업으로 후보자별 분류를 한다.
 
보통 분류표나 미분류표의 비율은 엇비슷하게 마련이다. 투표지분류기에 투표지를 투입할 때 후보자별로 어느 정도 분류한 뒤에 하는 게 아니고 무작위로 뒤섞인 표들을 넣기 때문이다. 예컨대 20대 대선 전남 광주 북구위원회의 개표상황표에서는 분류표나 미분류표의 비율이 비슷하다. 광주북구 동림4투의 개표상황표를 보면 전체 투표자수 1,836표 중에 투표지분류기가 자동 분류한 결과 이재명 후보는 1,503표(81.8%)이고, 윤석열 후보는 203표(11%)를 얻었다. 미분류표는 총 88매 나왔고 그것을 재확인하여 분류한 결과 이재명 후보는 70매(79%), 윤석열 후보는 10매(11%)이다.
 
 

 광주북구 동림4투 개표상황표 20대 대선 광주북구 동림 4투 개표상황표 ⓒ 정병진

 
이처럼 분류표나 미분류표나 후보자가 얻는 비율이 비슷하게 나오는 건 일반적 현상이다. 하지만 울산동구위원회 개표에서는 미분류표에서 윤 후보가 계속 앞선 결과를 보이기에 그 원인이 무엇인지 해당 위원회에 문의해 보았다.
 
20대 대선 당시 울산동구위원회 선거담당 한재준 주무관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희는 개표 절차에 따라 개표하다가 표가 그렇게 나온 거라 우연의 일치라 봐야 한다"라 말했다. 이어 "참관인들이 참관하는데 저희가 특정 후보에 대해 그렇게 (유리하게) 분류하진 못한다"고 하였다. 울산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선거과 김동주무관도 이 사안에 대해 "우연의 일치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럴 수 있다."라고 말하며, "(20대 대선 울산동구) 개표상황표는 상급위원회인 우리가 갖고 있진 않기에 직접 확인해 보진 못했다"고 하였다.
 
한편 신상철 대표(진실의 길)는 20대 대선 울산동구의 미분류표 개표 과정에 부정 개입 의혹이 있다며 울산경찰서에 관련 선관위위원장과 책임사무원들 등 6명을 고발하였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신 대표에게 최근 '무혐의 처분'을 통지한 상태다. 공직선거 개표장의 개표사무원들은 대부분 선관위 직원이 아니고 지자체 공무원이나 금융업 종사자, 또는 일반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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