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라의 청혼

2022. 9. 1. 09:37생수 한 모금

 

영화 <십계>에 나오는 세포라의 청혼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십계>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모세는 왕자 신분을 버리고 이집트 땅을 떠나온다. 유대 민족과 함께 방랑의 길을 걷는 모세는 한 유목 부족의 마을에 도착한다. 그 마을의 많은 처녀들이 모세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모세는 이집트 공주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 그 여인들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다.

어느 날 마을 부족장의 딸인 세포라가 모세에게 묻는다.

“그 여인은 아름다웠나 보군요."

세포라의 질문에 모세가 대답한다.

“그렇소. 그녀는 마치 보석처럼 아름다웠소."

이때 세포라가 한 대사가 정말 아름답고 결혼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세포라는 이렇게 말한다.

보석은 밝은 빛을 가졌어요. 하지만 따뜻함을 줄 수는 없죠. 우리의 손은 그녀처럼 부드럽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의 손은 일을 할 수 있고, 희생을 할 수 있죠.

우리의 몸은 그렇게 햐얗지는 않아요. 하지만 매우 건강하답니다. 우리의 입술은 향기롭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힘이 있죠.

사랑은 우리에게 기교가 아닙니다. 우리의 생활일뿐이죠.

우리는 황금과 좋은 옷으로 치장하지는 않았지만, 강하고 존경받는 마음이 우리의 옷인 셈이죠. 우리의 집은 이집트 왕궁처럼 대단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그 집 앞에서 행복하게 뛰어놀 수는 있어요. 우리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드리는 거랍니다.

세포라의 이 말은 모세의 마음을 움직여 모세는 세포라와 결혼을 한다. 이런 고백을 듣는다면 어떤 남자도 그 여인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거창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실되고 아름다운 말이다. 진실되고 아름다운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지금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청혼을 앞두고 있다면,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이 '세포라의 청혼'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았으면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혼이 아닌가 한다.

 

 

조현용, <우리말 선물> (미래북스, 2016), 283-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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