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30. 14:54ㆍ책 읽기
어린이 동화 속 편견과 현실의 괴리를 돌아보다

글쟁이들은 엄청난 상상력을 동원해 현실을 미화하곤 한다. 물론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작가의 상상력 발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에서는 그 정도가 지나치게 심한 책들이 너무 많다.
최근 베스트셀러인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동화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다분히 교육적 의도로 쓰인 책들 가운데서, 현실 왜곡 사례가 종종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런 책들을 접할 때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은연중에 심어줄 그릇된 편견이 얼마나 많을지 걱정된다.
<행복한 청소부>를 살펴보자. 먼저 이 책은 <2001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으며, 표지에는 자랑스럽게 금박 표시까지 해두었다. 문화관광부가 추천한 책이니 만큼, 과연 수준 있는 책일까? 이 책은 독일의 모니카 페트라가 쓴 동화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작가 소개란에는 페트라가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책들을 계속 써왔으며, 여러 차례 아동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평가는 독자가 직접 내려야 한다.
책에 나오는 “청소부 아저씨”는 이름이 없다. 그냥 “청소부 아저씨”로만 불릴 뿐이다. 그는 성실하고 인정받는 청소부였으며, 작가와 음악가들이 사는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일을 했다.
청소부 아저씨는 우연히 자신이 닦는 표지판 속 작가와 음악가를 한 명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씩 그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음악회를 찾아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시립도서관을 단골로 드나들며 교양을 쌓았다. 그는 표지판을 닦으면서도 알고 있는 작가들의 훌륭한 대목을 혼자 암송하며 즐거워했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이 특이한 청소부 아저씨에 주목했고, 그의 팬들이 생겼다. 급기야 대학에서 강의를 맡기겠다는 초청장까지 보내왔지만, 청소부 아저씨는 교수가 되기보다 청소부로 남는 것이 더 좋다며 거절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문제가 되는 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청소부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 처음부터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보통 청소부는 책을 가까이하지 않으며 문화적 소양이 낮다는 전제를 깔고, 주인공인 청소부 아저씨만이 이를 깨고 유식한 사람이 되어 존경받는다고 논리화한다. 즉, 문화적 교양을 쌓은 청소부만이 행복하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셈이다.
청소부 같은 사회의 그늘진 직업군을 소재로 한 책들이 많은데, 대체로 작가들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자신의 상상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청소부들은 새벽 4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일하며,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뀐 삶을 산다. 한 달 내내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여름에 몇 일만 휴가를 쓸 수 있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음악회나 도서관을 찾을 시간이 있을까? 밤 8시에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는 특정 지역만의 사례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등장하는 독일 청소부와 한국의 현실 청소부는 형편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게다가 단순히 지식을 쌓아 문화적 교양을 익혔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단정짓는 논리는 매우 단순하고 유치하다.
12시간 이상 기계에 매달려 일하는 노동자나 영화관 한번 가기 힘든 농부를 모두 불행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단순히 문화생활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그들이 무식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청소부 한 명을 미화하면서, 나머지 청소부들에게 “왜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라고 묻는 꼴이 된다. 이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논리다.
어린이가 이 책을 읽을 때, 만약 청소부의 자녀라면 얼마나 큰 상처가 될까? 진정으로 “행복한 청소부”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야기 전개의 시각을 처음부터 바꿔야 한다. 순진한 아이들에게 청소부는 무식하다는 어이없는 전제를 심어주지 말아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도록 권하지만, 문제는 어떤 책을 읽히고 어떻게 읽도록 지도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는 데 있다. 단순히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설령 몇 권이라도, 어떤 책을, 어떻게 읽게 할 것인지를 세심하게 선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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