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2. 20:11ㆍ솔샘정원 꽃과 나무
햇볕이 따사로운 봄날 대낮, 정원을 잠깐 둘러보았습니다. 어디선가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습니다. 무슨 꽃일까 궁금해 두리번거렸지만, 눈에 띄는 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치 벌통이라도 된 듯이 주변에서 꿀벌들이 윙윙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사철 내내 푸른 잎을 지닌 나무에 수많은 꿀벌이 화분을 채취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노란 꽃들이 피어 있었고, 그 꽃들 위에서 꿀벌들이 부지런히 꽃가루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나무일까? 궁금한 마음에 꽃을 찍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잎이 꽝꽝나무와 비슷해 감탕나무나 먼나무 등의 사진을 찾아 보았지만, 어느 것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헤매던 끝에 마침내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회양목’이었습니다.
회양목의 유래를 찾아보니, 일제 강점기 당시 한반도의 식생을 조사하던 중 강원도 금강산 회양 부근에서 발견되어 ‘회양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한자로 표기하면 ‘回楊木’인데, 이를 직역하면 ‘돌아온 버드나무’라는 뜻이 됩니다. 본래 잎이 황색을 띤 버드나무를 닮아 ‘황양목(黃楊木)’이라 불렸으며, 이것이 변형되어 회양목이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회양목은 목질이 단단하여 예로부터 도장을 새기는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으며, 그로 인해 ‘도장나무’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장기알, 호패, 목판활자 등의 제작에도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는 울타리용 나무로도 널리 쓰이고 저희 교회 정원에서도 홍가시나무 울타리 사이에 섞여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는데 올해야 처음으로 회양목의 가치를 새롭게 알았습니다.
특히 회양목꽃은 진한 향기를 내뿜어 봄철 꿀벌들을 유인하는 데 탁월합니다. 작지만 향이 강한 노란 꽃은 꿀벌들에게 풍부한 꽃가루를 제공하며, 봄철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꿀벌들에게 소중한 양분을 공급하고 자연의 균형을 이루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더없이 소중한 나무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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