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환 교수의 외침: ‘12.3 내란,' 그리스도인이 서야 할 자리는?'

2024. 12. 11. 21:44기독교 이해


성석환 교수, 기독인들에게 "현 시국에 대한 명확한 분별과 책임 있는 행동" 촉구



▲ 성석환 교수가 광주의 모 교회에서 설교에 앞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는 중이다

장신대 성석환 교수(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이 최근 12.3 내란 사태를 보며 신학자의 양심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인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12월 8일 광주의 한 교회에서 행한 오후 예배 설교에 앞서 양해를 구하고 이 글을 발표하였다.

성 교수는 이 글에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면서 공의로운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불법한 정권을 여전히 지지한다면 그것은 신앙의 법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에 휘둘려 권력의 법에 복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위헌적 비상계엄이라는 현 정권의 조치가 하나님의 법과 신앙의 원칙에 어긋남을 분명히 지적하며,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불법적인 권력에 저항해야 할 의무를 강조했다.

또한 성경을 인용하며 권력의 질서를 존중하되, 인간과 약자를 돌보지 않는 권력은 부정한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어 성 교수는 “그리스도 예수께서도 이기적이고 타락한 권력에 의해 고난받으셨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정치적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다양성이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라는 선교적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적 정권을 지지하는 행위는 신앙이 아닌 인간의 욕망에 의한 것임을 경고하며, 이러한 태도가 신앙 논리로 정당화되는 것을 사울 왕과 빌라도의 예로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정권의 타락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단언하며, 현 사태의 책임이 정권과 정치 세력에 분명히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선교적 목적을 기준으로 명확한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며, 신앙의 본질과 이 시대에서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교회 담임목사에 따르면 성 교수는 전날 광주에서 숙박을 하면서 현 시국에 대한 복받치는 감정이 있어 어찌 표현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이 글을 작성했다고 한다. 그는 이 글을 과연 발표할 수 있을지 염려하였으나, 당일 3부 예배 담임목사 예배 설교를 듣고 용기를 얻어 발표하였다는 후문이다.

다음은 성 교수가 발표한 글의 전문이다.

‘신학자로서 현 시국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에게 드리는 말씀’


성석환 교수(장신대, 기독교와 문화 전공/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


신학교 학자의 양심으로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에 파송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아무 목적 없이 파송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우리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파송 받은 시간과 공간에 모순과 갈등과 고통에 민감하지 않으면 목회자 개인의 욕망과 기득권자들의 힘에 결탁하게 됩니다.

지금은 우리의 선택이 과연 누구의 편에 서는 일인지 분별해야만 합니다. 위헌과 불법으로 점철된 현 정권의 계엄선포는 우리의 신앙의 법에 또한 위배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권력이 합의된 규칙을 어기고 민주주의를 반할 때 저항해야 합니다.

성경은 권력의 질서를 존중하라고 교훈을 주셨지만 동시에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권력은 마치 하나님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며,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돌보지 않는 권력은 부정한 권력임을 명확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께서 이기적이고 타락한 권력들의 결탁에 의해 고난받으셨다는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 서로 상당히 다를 수 있고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다양성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러나 그 다양성은 하나님의 선교적 목적에 부합해야만 합니다. 공의롭고 정의로우신 하나님의 파송의 목적에 비춰 볼 때 우리가 지지하는 정치세력은 하나님이 함께하기 원하시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일들입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신 분이시며 약자를 억누르고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여 자신들의 유익을 누리는 이들에게 분노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다양성은 하나님의 그러한 성품에 부합하는 한계 안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불법한 정권을 여전히 지지한다면 그것은 신앙의 법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에 휘둘려 권력의 법에 복종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혜의 눈을 상실하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욕망을 온갖 신앙 논리로 정당화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약의 사울 왕이 되겠습니다. 또한 빌라도의 법정에서 예수 대신 바라바를 살려 달라고 선동했던 이들 또한 그러했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그러한 그리스도인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픕니다. 불의한 자들과 함께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자들을 지지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온전히 돌이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행동으로 실천할 때 우리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정의로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그 선을 넘어버렸습니다.

현 정권과 그 정치세력의 타락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야당 역시 공동의 책임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위헌적 비상계엄 국면에 따르는 일련의 사태들에 대한 책임의 소재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시점에 명확히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당 어느 편을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우리 자신의 신앙의 문제이며, 한국교회의 신학이 정당한 것인지 드러내는 일이며, 본질적으로 우리를 아 땅에 파송하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적 목적에 따라 순종하는 공동체인지, 아니면 예수님 당시 종교 지도자들처럼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이용하는 집단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진리에 서서 우리가 파송 받은 이 땅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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