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의 사투리 유감

2024. 4. 5. 19:47짧은 생각


문순태의 소설 <징소리>의 한 대목입니다. 

"선생님들은 우리 속 몰라유."

"땜이 원망스럽겠군요."

"으째서유?"

"고향을 삼켜 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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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태의 소설은 중학생 교과서에 실렸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나름 작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겠죠. 근데 저는 이 소설을 평하라면 한 마디로 "꽝"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한심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 배경은 장성댐 수몰지구에 남아 사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전남 장성댐이 배경인 소설인데요, 내용을 보면 그곳 주민들의 사투리가 전혀 아닙니다. 뜬금없이 충청도 사투리가 쓰입니다. 소설가 문순태가 전라도 사투리를 몰라서가 아닐 겁니다. 그는 담양 출신이니까요. 전라도 사투리로 소설을 써 봐야 인정받지 못한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배경 지역민의 목소리를 살려내지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조국' 때문입니다. 요즘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조국' 후보가 자신의 고향 부산에 가서 거듭 부산 사투리로 외쳐댑니다. 
"고마해라"
"고마 치아라 마!"
"와, 쫄리나?"
"디비졌다"

이처럼 부산 사투리로 공공연히 외쳐대는 데도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반윤석열의 선봉 주자임을 내세우고 본인이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할 만큼 당했으니 측은지심이 크게 발동한 거겠지요. 일면 공감합니다. 근데 저는 사투리에도 지역차별이 심함을 이번에 더욱 절감합니다. 


만일 조국이 전남 광주 출신이고 광주에 와서 "앵간치 해부러라, 겁나 징허네!" 이렇게 전라도 사투리로  외쳤어도 전국에서 호응하였을까요? 전혀 아닐 겁니다. 호남인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공석에서 잘 말하지 못합니다. 타 지역에 가서 사투리 때문에 차별을 많이 당해봤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사투리를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사투리'에도 지역차별이 존재함을 보면서 왠지 서글픈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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