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6. 10:57ㆍ책 읽기

[루미의 사랑 노래 타골의 죽음 노래], 디팩 초프라 엮음, 이현주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인도가 낳은 시인 타고르(‘타골’로도 표기되지만, 일반적으로 ‘타고르’로 더 알려져 있다)는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인물이었으나, 루미(1207~1273)는 내게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다. 이 인물에 대한 소개를 읽어 보니, 그는 아프가니스탄 태생의 신비주의 신학자이자 천재적인 시인으로, 이슬람 세계의 사상과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가난과 내전으로 점철된 나라, 오늘날까지도 세계 최강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거의 일방적인 전쟁을 치러 온 그 땅에서 이처럼 뛰어난 시인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적잖은 놀라움과 흥미를 안겨 준다.
이 시집은 서구 문화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던 우리의 시선을 다시 동방으로 되돌리려는 작은 시도처럼 보인다. 가까운 곳에, 그것도 오랜 세월 동안 뛰어난 시인과 사상가들이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너무도 무심히 지나쳐 왔던 것은 아닐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루미의 사랑에 관한 신비주의적 시들은 표면적으로는 연인 사이의 사랑 노래처럼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읽는다면, 그것이 실은 신을 향한 인간의 간절한 갈망을 노래하고 있음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수도자의 신에 대한 목마름, 혹은 절대자를 향한 영혼의 갈증이라 할 만한 시구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갈망
당신을 갈망합니다.
먹는 것보다 마시는 것보다
더욱 목마르게내 몸과
감각과
마음이
당신의 맛에 주려 있습니다….
그가 비록 이슬람교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편들은 성서의 「시편」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그 깊이와 울림은 ‘현대의 시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다만 성서의 시편이 그러하듯, 이 시들 역시 수도자이거나 신비로운 종교적 체험을 지닌 사람들만이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든다. 그러나 신에 대한 인간의 갈망과 추구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보편적 정서에서 비롯되는 만큼,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일정 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타고르의 『죽음 노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죽음을 노래한다고 하면 혹자는 음산하거나 불쾌한 인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년이 아닌 젊은 시절부터 죽음을 성찰한다는 것은, 그만큼 삶을 더욱 진지하고 성실하게 대하겠다는 태도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공자는 사후 세계를 묻는 제자에게 “삶의 문제도 다 알지 못하는데 죽음을 논해서 무엇하겠느냐”고 말했지만, 만일 그렇다면 그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셈이 된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타고르는 『죽음 노래』를 통해 우리에게 북소리처럼 외친다. “준비하라, 준비하라”고.
준비해라, 준비해라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을 때에도 여전히 캄캄했네.
목소리가 들렸어. “일어나라,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바야흐로 왕이 도착했는데, 등불은 어디 있는가?
꽃은 어디에 있지? 그분이 앉으실 방석은 어디에 있나?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연회장도 없고 장식도 안 돼 있고.누군가 말했네.
“수선을 피워봐야 모두 쓸데없는 일.
맨손으로 문간에서 그분을 맞이하자.
홀로 텅 빈 방을 거닐게 해 드리자”….
사실 인간에게 있어 ‘사랑’과 ‘죽음’의 문제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들이다. 우리는 이 두 문제를 결코 회피할 수 없다. 이 시집은 뛰어난 예지를 지닌 두 시인의 눈을 통해, 사랑과 죽음을 동시에 응시하게 만든다. 독자들은 이 시들을 통해 삶의 방향을 다시 가다듬고, 흐트러진 일상을 새롭게 추스르는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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