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야 할 '오이'

2025. 8. 6. 23:06농사 이야기

 

오늘 오후, 정원 텃밭에서 작은 오이 하나를 땄습니다. 위에 보이는 오이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같은 오이는 아닙니다. 끝부분이 약간 노랗게 변해 있어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것 같아 수확한 것입니다. 수확한 오이의 맨 위와 끝 부위를 살짝 잘라낸 뒤 먹었습니다. 보통 오이의 맨 위와 끝 부분에는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매우 쓰기 때문입니다.

 

안심하고 오이를 먹기 시작했는데, 전반적으로 쓴맛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본 자료에서, 오이에 들어 있는 쿠쿠르비타신 성분이 항암, 항염, 면역력 강화, 항산화 작용 등을 한다고 해서 쓴맛을 애써 참고 먹었습니다.

 

오이를 먹은 지 약 1~2시간쯤 지난 후,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반찬은 밥과 풋고추, 김치가 전부였습니다. 식사를 막 마친 직후,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고, 설사를 했습니다. 그 뒤 식은땀이 나고 구토 증상이 생겼습니다. 힘이 축 빠지더니, 그대로 쓰러져 누워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저녁 식사가 탈이 났나 싶었지만, 단순한 밥과 김치, 풋고추만 먹었기 때문에 음식 때문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결국, 쓴 오이를 먹은 것이 탈이 났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오이, 식중독’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니, 쿠쿠르비타신이라는 성분이 다량 들어 있는 오이를 먹었을 경우 설사, 복통, 구토 같은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이가 쓰면 먹지 말라”고 조언하였습니다. 쿠쿠르비타신이 인체에 유익한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제된 상태일 때이고, 자연 상태에서 다량 섭취하면 오히려 독성이 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오이도 함부로 먹다가는 큰일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지럽고 구토 증세가 있으며 식은땀이 나던 상태에서 약 두 시간쯤 쉬고 나니, 다행히 조금씩 몸이 괜찮아졌습니다. 작은 오이 하나가 저를 들었다 놨다 한 하루였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오늘 먹은 오이 하나가 잘 알려주네요.

 

쿠쿠르비타신 성분이 다량 함유된 오이가 생기는 이유는 지나친 가뭄이나 고온, 수분 부족, 외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성분은 오이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다는군요. 자연의 세계는 정말 신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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