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부부 문 개, 잡아 '동물 보호소'로 보냈습니다

2024. 11. 28. 09:49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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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어 주 전부터 우리 집에 낯선 개가 찾아와 서성였습니다. 대문 없는 단독 주택이라 간혹 들개가 찾아오곤 합니다. 작년에도 들개가 찾아와 닭장 속 닭들을 다 물어 죽인 적 있습니다. 족제비 틈입을 막고자 새장 같은 촘촘한 철망을 쳤으나 허망하게 뜯겼습니다. 들개는 얇은 철망쯤은 보란 듯이 물어뜯고 닭 네 마리를 모두 죽였습니다.

 

그 들개는 저랑 두어 차례 마주치기도 하였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순해 보였습니다. 적어도 사람 앞에서는 사납게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대진 않았습니다. 저지른 짓이 있어 그런지 잽싸게 꽁무니를 뺐을 뿐입니다. 여느 집에서 키우다가 내버린 개였을 겁니다. 그 개는 동네를 몇 차례 드나들더니 우리 집에 닭장이 있는지 어찌 알았는지 모든 닭을 죽이고는 겨우 한 마리만 물어 갔습니다. 하긴 입이 하나라 다른 닭들까지 가져갈 순 없었겠지요.

 

그 들개 피해를 본 뒤 닭장을 굵은 철망으로 덮었습니다. 야생 멧돼지도 뚫기 힘든 철망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굵은 철망을 두른 뒤에야 들개 공격에 어느 정도 안심하였습니다. 용케도 전에 드나들던 들개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짓을 저지르다가 어디선가 포획됐겠거니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집에 찾아온 개는 전에 봤던 그 들개가 아니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개인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거의 날마다 찾아와서는 닭장 앞을 서성이는가 하면 우리집 ‘마당냥이’(마당에서 놓아 키우는 고양이) 밥을 빼앗아 먹곤하였습니다.

 

‘개가 개밥을 먹어야 할 텐데 왜 고양이 밥을 빼앗아 먹는 걸까’ 아무래도 이상하였습니다. ‘들개라 너무 배가 고파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생김새는 여느 들개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한 눈망울에 공격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안심하긴 어려웠습니다. 아직 닭장을 뚫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계속 드나들다가 언젠가는 지난번 들개처럼 빈틈을 노려 닭들을 모두 물어 죽이고 말리라는 불안감이 엄습하였습니다.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시청 동물보호센터에 신고하였습다. 그곳에서 나온 담당 기사는 개 먹이와 고기 통조림을 넣은 ‘포획틀’을 설치해 주고 갔습니다.

 

저는 허기진 그 개가 몇 시간 이내에 들어갈 걸로 예상하였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개는 우리 집을 계속 찾아오는데도 기이하게도 ‘포획틀’은 거들떠 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낌새가 수상하다고 느낀 모양입니다.

 

포획틀을 설치한 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이대로 안 잡힐까봐 조바심이 났습니다. 자꾸 포획틀을 내다 보게 됐습니다. 이웃집 어르신이 나와 보더니 그 개의 정체를 알려 주었습니다. 동네 A 씨네 개라는 거였습니다. 얼마 전 그 개가 주인 부부를 물어서 병원 입원까지 한 적 있다고 말씀하였습니다. 그제야 왜 낯익은 개였는지 알았습니다.

 

그 뒤 개 주인과 만나 포획틀 설치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그는 “잘했다”며 고마워하셨습니다. 키우던 개에게 물린 사연은 이러하였습니다. 개 목줄이 낡아 갈아 끼워 주려고 했는데 주인 부부의 팔과 다리를 물었다는 거였습니다. 그때 아내는 발을 물려 병원에 입원까지 하였답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날 뒤로 개밥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개는 멀리 도망가지 않고 집 주변을 떠도는 중이었습니다.

 

지난 23일 저녁, 포획틀에 막 튀긴 닭도리탕 고기덩이 몇점을 넣어 주었습니다. 냄새에 민감한 개가 그 유혹에 넘어가기를 바란 겁니다. 그러고 약 두어 시간 지났을까요? 어디선가 낑낑거리는 개의 신음이 들려왔습니다. 깜깜한 밤이라 손전등을 챙겨 포획틀로 가봤더니 역시 그 개가 들어가 있더군요. 겨우 잡긴 하였으나, 마침 이튿날은 주일이라 동물보호소도 쉴 거 같아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동물보호소 담당 기사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 기사님은 근무일이 아닐 텐데도 찾아오셨습니다. 그는 개 주인에게 연락해 ‘포기 각서’ 같은 서류를 작성한 뒤에 개를 싣고 떠났습니다. 기사님은 수많은 유기견을 포획한 경험을 잠깐 들려주었습니다. 마당에 목줄을 매어 놓고 키우는 개는 그 목줄을 무척 싫어한답니다. 아무리 주인이라 해도 목줄을 갈아 끼울 때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네요. 주인이라 해도 자칫하면 무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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