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2024. 10. 3. 20:16기독교 이해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 사건(요한복음 8:1-11)은 교회 역사에서 중요한 이야기로 여겨져 왔지만, 사본학적 연구를 통해 이 본문이 요한복음의 원래 구성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본문이 신약 성경의 초기 사본에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중세 이후에 성경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신학적, 역사적 논점을 제기합니다. 이제 이 본문이 어떻게 성경에 추가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Gabriel Metsu / 간음으로 붙잡힌 여인(1653)

1. 사본학적 증거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의 이야기는 요한복음의 가장 초기 사본들(예: 4세기의 시내 사본, 바티칸 사본 등)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요한복음 7:53에서 8:11 사이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 구절은 초기 그리스어 사본뿐만 아니라 고대의 중요한 라틴어, 시리아어, 콥트어 사본에서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초기 교부들 중에서도 오리게네스(Origenes), 클레멘스 알렉산드리아(Clemens of Alexandria), 터툴리안(Tertullian)과 같은 3세기 교부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당시 성경의 일부였다면, 그들은 분명히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논의했을 것입니다. 특히, 요한복음에 대한 주석을 썼던 오리게네스나 요한복음과 관련된 문서를 많이 남긴 교부들이 이 본문을 모르고 있다는 점은 이 이야기가 요한복음의 원래 일부가 아님을 시사합니다.

이 본문은 서방 교회의 일부 중세 사본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이르러서야 교회는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성경에 삽입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후대의 성경에는 이 이야기가 고정되어 나타나지만, 초기 교회에서는 이 사건이 생략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중세 성경 편집 과정

중세에 이르러 이 본문이 성경에 삽입된 과정은 당시 교회의 신학적, 도덕적 필요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자비와 용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고, 이 이야기는 그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중세 교회의 도덕적 교훈과 일치하는 이 사건은 예수님이 죄인에 대해 어떻게 대하셨는지를 강조하는 사례로 유용하게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세의 성경 편집자들이 이 이야기를 성경에 추가한 이유는 교회의 신학적 방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자비로운 성품을 통해 교인들에게 회개와 용서를 설교하고자 했습니다. 간음한 여인에게 던진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러한 교훈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었기 때문에 중세 교회는 이 이야기를 성경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나아갔을 것입니다.

3. 신학적 의미와 해석

사본학적으로 이 사건이 요한복음의 원래 일부가 아니라고 해서 그 신학적 의미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여전히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죄를 비난하거나 처벌하기보다는 용서와 회복을 중시하신다는 메시지는 기독교 윤리의 핵심 가르침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본문을 남용하는 사례, 즉 교회 내부에서 잘못이나 죄가 드러났을 때 이 이야기를 근거로 모든 죄를 덮고 넘어가자는 주장은 예수님의 원래 가르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을 통해 인간의 죄성을 돌아보게 하셨지만, 동시에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요 8:11). 따라서 용서와 자비는 그 자체로 책임 회피나 죄의 무시를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용서는 회개와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4. 책임과 회복의 문제

이 본문이 신학적으로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죄와 용서의 문제입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는 중요한 신학적 논점입니다. 예수님은 이 이야기를 통해 정죄의 위험성을 경고하시고, 용서의 중요성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단순히 잘못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교회의 책임 윤리와는 맞지 않습니다. 죄의 용서는 반드시 회복과 갱신을 동반해야 하며, 교회는 이를 위한 체계와 지침을 마련해야 합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 사건은 본래 요한복음의 일부가 아니었고, 중세에 들어서야 성경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사본학적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교회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신학적 교훈으로 자리 잡았으며, 예수님의 자비와 용서를 상징하는 본문으로 널리 읽혀 왔습니다. 하지만 이 본문이 교회 내에서 책임 회피나 죄의 묵인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용서와 함께 회개와 변화된 삶을 요구하며, 교회 공동체는 이를 중심으로 한 윤리적 기준을 견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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