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공부의 유익

2022. 5. 9. 13:03영화평

야마다 요지 감독의 영화 <황혼의 사무라이>를 다시 보았다. 또 보아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메이지 유신 직전 일본 사회상, 특히 저무는 사무라이(무사)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다. 사무라이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비판도 있다고 한다. 사무라이는 주군에 절대 충성을 미덕으로 삼는다. 주군이 죽으면 할복자살조차 서슴지 않는다.

 

이런 전통과 달리 '요고'라는 무사는 주군이 죽었는데도 할복을 거부하고 집에 칩거하였다. 그를 처단하고자 해도 요고는 워낙 뛰어난 무사라 그를 상대할 자가 드물었다. 마침내 하급 사무라이 주인공 이구치(세베이)에게 요고를 참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구치는 출중한 칼솜씨에도 불구하고 시골에 은거해 창고지기와 농사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요고를 베는 데 성공하지만 원치 않는 대결이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는 이구치와 어린 딸 카야노의 대화가 아닌가 싶다. 딸은 서당에서 글을 갓 배우기 시작할 무렵 아버지에게 묻는다. 

 

딸(카야노): 아빠, 제가 바느질을 열심히 배우면 나중에 옷을 지어 입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글공부를 하면 나중에 뭘 할 수 있죠?

 

딸의 이 질문에 이구치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한다.

 

아빠(이구치): 바느질처럼 도움이 되진 않을 거다. 하지만 말이다. 글공부를 하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단다. 생각하는 힘이 생기지. 세상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그건 여자든 남자든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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