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포포나무,' 맞죠?
우리 속담에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있습니다. 반면 서양 속담에선 "아는 게 힘"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속담 하나를 더해야 할 거 같습니다. "나무를 모르면 생나무 잡는다!"
정원 황금소나무와 석류나무 부근에 이름 모를 나무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껏 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자라난 나무인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찔레나무와 뽕나무는 일부러 심지 않았지만 자라나곤 합니다. 물론 나도 하얀 찔레꽃과 뽕나무에 달리는 오디 열매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정원과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에 어릴 때 과감히 뽑아 없앴습니다.
그런데 황금소나무 옆 이름 모를 나무는 베어버릴까 하다가 굵기도 꽤 굵고 이파리도 그럴싸하게 보여 가지만 잘라낸 뒤 그냥 놔뒀습니다. 오늘 보니 잘라낸 가지에서는 어느새 이파리가 나왔습니다. 또 정원의 작은 부추밭 옆에도 똑같은 종류의 작은 나무가 있었습니다. 이파리가 나름 멋있게 자라난 걸 문득 이전 집 주인이 일부러 심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는 내게 정원의 나무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지만 이 나무에 대해선 어떤 말도 한 기억이 없습니다.
궁금한 김에 이 나무 이름을 알아보고자 '모야모야' 앱을 깔고 나무 사진을 찍어 이름이 뭔지 물어봤습니다. 약 십여 분쯤 지나자 '포포나무 아닐까요?'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포포나무라니, 처음 들어본 나무 이름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더니 우리 정원의 나무와 잎 생김새가 실제로 포포나무와 매우 비슷해 보였습니다.
포포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알아보니 북미가 원산지이고 망고와 바나나를 합친 맛이 나는 열대 과일나무였습니다. 병충해에 강한 나무라 굳이 농약 같은 걸 하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합니다. 약 삼 년쯤 뒤부터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다는데, 지금껏 저 나무에 열매가 달린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생김새는 꼭 '포포나무' 같은데, 여태 열매가 달린 적이 없음을 볼 때 혹시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열매가 달리곤 하였으나 내가 뭔지 몰라 그냥 놔둔 사이 바람에 떨어져 버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제부터 정원의 그 나무가 '포포나무'인지 잘 관찰해 보아야겠습니다. 포포나무 열매는 9월 중순경 딴다고 합니다. 포포나무 열매는 맛과 향도 좋고 항암효과도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디 '포포나무'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