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아프리카 '20만 소년병'은 왜 생겨났나?

솔샘인 2024. 10. 4. 23:37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Blood Diamond>(2006, 에드워드 즈윅 감독)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포스터

 

  '시에라리온'(Sierra Leone)은 서아프리카 해안가에 위치한 인구 약 8백 만의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기아가 심각한 최빈국에 속하며 우수한 품질의 다이아몬드 생산으로 유명합니다. 매년 수십만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그 규모는 GDP의 5~1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대부분 나라가 그러하듯이 시에라리온도 오랫동안 영국 식민지였고, 1961년에야 독립하였습니다. 하지만 쿠데타가 발생해 큰 혼란을 겪었고 지난 1991년부터 2002년까지는 정부군과 반군 간에 내전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바로 이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시에라리온 반군의 불법적 다이아몬드 채굴과 내전의 참혹함, 그 이면의 서구 다이아몬드 기업들이 벌이는 더러운 거래를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주인공 솔로몬 밴디(자이먼 운수 분)는 어부 생활을 하다가 반군에게 붙잡혀 손 또는 팔이 잘릴 위기에 처합니다. 그런데 반군 대위 포이즌이 그의 건장함을 보고 그냥 데려가 다이아몬드 채굴장의 노예로 부려 먹습니다. 가족을 다 잃고 채굴장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밴디는 그곳에서 분홍빛 다이아몬드 원석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는 엄지 손가락 절반만 한 크기의 이 원석을 몰래 숨기려 하였으나 포이즌 대위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정부군의 기습으로 그들은 체포돼 구금당하였습니다. 그 감옥에서 밴디는 용병 출신의 밀수업자 대니 아처를 만납니다.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지금의 짐바브웨인 로디지아 출신이고 백인이지만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아홉 살 때 부친이 목이 잘려 죽고 모친은 강간당하였습니다. 다이아몬 채굴을 둘러싼 폭력과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이때 아처는 다이아몬드에 눈먼 백인들의 '탐욕'과 '위선'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이득을 챙기겠다는 심사로 밀수업자로 나섰다고 합니다. 반면 밴디는 다이아몬드로 크게 한몫 잡아 보겠다는 욕심보다는 흩어진 가족을 기어코 찾아내겠다는 사람입니다. 그가 분홍빛 다이아몬드 원석을 숨긴 까닭도 그것으로 가족을 찾아보려는 거였습니다. 

 

밴디와 아처는 감옥에서 나와서 밴디가 반군의 불법 채굴소 코노 지역에 숨겨 놓은  다이아몬드를 찾고자 동행합니다. 그들은 수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다가 여기자 매디 보웬(제니퍼 코넬리 분)를 만납니다. 보웬의 부친은 월남전에 참전하였다가 20년 간이나 그 트라우마에 시달렸습니다. 그런 부친을 두었기 때문인지 보웬은 위험한 분쟁 지역을 자원해서 쏘다니며 취재하는 기자였습니다. 아처와 보웬은 동병상련을 느껴 연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하지만 아처는 밴디와 함께 분홍빛 다이아몬드를 찾아내 아프리카를 뜨는데 더욱 열중합니다. 

 

그들은 반군에 소속된 코에츠 대령의 도움을 받아 코노 지역을 급습하였습니다. 코에츠 대령은 같은 편인데도 오로지 분홍빛 다이아몬드를 차지할 욕심으로 포이즌 대위가 관리하던 코노 지역 채굴소를 헬기까지 동원해 급습한 겁니다. 그는 밴디와 그의 아들 디아, 아처를 밴디가 분홍빛 다이아몬드 원석을 숨겨 뒀다는 곳으로 데려가 그것을 캐내라고 총부리를 겨누며 강요합니다. 밴디는 다이아몬드를 캐내는 척하다가 아처와 합세하여 코에츠 대령을 처지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사이 권총을 손에 쥔 밴디 아들 디아가 두 사람에게 총을 겨눕니다. 디아는 소년병으로 끌려가 생활하는 동안 어느덧 세뇌당해 아버지조차 인정하지 않고 반역자라며 죽이려 들 정도였습니다. 

 

밴디는 이런 상태의 아들 디아를 침착하면서도 끈질기게 설득합니다. 그가 얼마나 착한 아들이었는지, 또 애지중지하던 강아지 이야기, 사랑 많은 어머니, 여동생 이야기를 들려 주며 그 아이 스스로 총을 거두게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밴디는 아처와 함께 코노의 채굴소에 갔을 때, 숱한 소년병 속에서 아들을 찾아 헤매다가 겨우 아들을 발견해 아들을 데려가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디아는 오히려 다른 아이들에게 그의 아버지는 반역자라며 죽여야 한다고 소리칩니다. 디아는 그 정도 세뇌가 된 상태였습니다. 겉모습만 디아였지 예전의 그가 아닌 딴 사람으로 변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밴디는 디아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그를 사랑스러운 아들로 회복시킵니다. 

 

또 하나 놀라운 장면 중 하나는 천신만고 끝에 분홍빛 다이아몬드를 얻은 아처가 총상으로 죽음이 임박하자 그것을 밴디에게 넘겨 줬다는 점입니다. 그 다이아몬드로 그토록 바라던 가족을 찾으라는 거였습니다. 밴디는 실제로 런던에 건너가 밀거래상에게 그 다이아몬드를 넘기는 조건으로 가족과 2백만 파운드를 받아냅니다. 또 이를 도운 매디 보웬 기자는 그 은밀한 모든 거래 과정을 촬영하여 기사로 폭로하였습니다. 밴디는 분홍빛 다이아몬드로 가족을 찾았고 생활 기반을 얻었을 뿐 아니라,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시에라리온 내전의 실체를 증언하는 활동을 벌입니다. 

 

이 영화는 지금도 지속 중인 아프리카 내전들 이면에 서구 백인과 기업들의 탐욕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또한 디아 같이 애띤 소년병이 아프리카에는 아직 20만 명이나 있다는 사실도 알려 줍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얻고자 하는 그 사치스러운 욕망이 얼마나 큰 비극을 낳는지, 이 영화는 마치 다큐처럼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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