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대한 한 교사의 두 가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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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인 이아무개 선생님과 차를 마셨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다가 몇 해 전 퇴직하셨다. 고향 교회를 지키며 오랜 세월 신앙생활을 하시는 중이다. 이 선생님이 성서에 대해 솔직히 잘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구약성서를 살펴보면 하나님이 이스라엘만 지나치게 편애합니다. 다른 민족은 죽여 없애도 좋은 거처럼 나오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런 대목을 보면 이게 실제 하나님 말씀인가, 아니면 사람이 쓰고선 하나님 말씀이라고 우기는 내용인가 혼란스럽습니다."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지금껏 목사님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하면 "의심 말고 믿어야 한다.말씀에 겸허히 순종해야 한다. 기도 더 열심히 하시라..." 그런 식의 알맹이 없는 대답만 들어야 했단다.
나는 선생님의 의문은 중요하고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씀드렸다. 교회를 수십 년 다녔는데 선생님 같은 의문을 품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라고 하였다. 이어 내 소견을 대강 다름과 같이 말씀드렸다.
"구약성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하나님 체험에서 나온 신앙고백서입니다.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시대 문화적 한계로 자기 민족만 배타적으로 사랑하는 하나님을 체험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사야서나 요나서를 보면 구약성서에도 범세계적 구원관을 피력하는 책들이 일부 있습니다. 그들의 신앙 지평이 그만큼 넓어지는 과정에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을 가장 밝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2세기 마르시온이란 사람은 구약의 폭력적 하나님은 열등한 하나님이라며 구약성서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이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극단적 신앙보다는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하나님 체험 한계를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믿고 아는 하나님은 그렇게 편협하고 잔인한 하나님은 아니었습니다."
이 선생님의 두 번째 질문은 "모세오경은, 모세가 쓴 게 맞느냐?"는 거였다.
내 답변은 이랬다.
"유대교는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가 쓴 책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흔히 이 다섯 권의 책을 '모세오경'이라 하지요. 하지만 굳이 신학을 안 배운 사람도 그 다섯 권의 책을 꼼꼼히 읽어 보면 모순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가령 신명기 말미에는 모세가 죽은 뒤의 내용도 나옵니다. 그건 모세가 기록할 수 없었겠지요. 더욱이 창세기만 해도 1장과 2장의 하나님 이름(1장에는 엘로힘, 2장 4절 이후에는 엘로힘 야웨)이 다르게 나옵니다. 1장의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지만 2장의 하나님은 1장에서 이미 창조했다고 나오는 사람을 다시 흙으로 빚어 만드십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서로 다른 시대에 기록된 내용을 엮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구약에는 같은 사건도 다르게 서술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가령 사무엘상 17장에는 소년 다윗이 물맷돌을 던져 블레셋 장수 골리앗을 죽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무엘하 21:19에는 베들레헴 사람 엘하난이 가드 사람 골리앗을 죽였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역대상 20:5에서는 엘하난이 가드 사람 골리앗의 아우 라흐미를 죽였다고 합니다. 사무엘하는 대략 주전 10~6세기경, 역대기는 주전 5~4세기경에 기록됐고 역대기 사가는 다윗왕조 중심의 역사 서술을 합니다. 그러기에 다윗왕조에 흠이 될만한 불편한 대목에 수정을 가합니다. 이처럼 성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과 경험, 신학적 관점을 갖고 서술하는 책입니다. 따라서 읽고 암송하고 필사만 하는 걸로 성경을 잘 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선생님이 교사생활 할 때 교과연구하셨듯이 성서도 보다 깊이 이해하려면 부지런히 연구해야 합니다."
다소 장황한 설명이었으나 이 선생님은 그 어디서도 듣지 못한 솔직한 답변 감사한다고 하셨다. 이처럼 지극히 당연한 의문을 그가 만난 목회자들은 왜 여태 대답해 주지 못하였던 걸까? 언제까지 덮어 놓고 믿으라고 강요만 할 것인가? 성서에 대한 무지와 맹신 강요는 신천지나 JMS 같은 온갖 사이비 이단을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