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눈 먼 종교와 이념은 위험하다

솔샘인 2024. 7. 10. 22:43

 

 
"한 종교만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른다"
 
종교학의 창시자 막스 뮐러의 말이다. 불행히도 세상에는 한 종교만 아는 사람, 그것도 너무 서툴게 아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념도 마찬가지이다. 공산주의 이념에 빠진 자들이 지난 20세기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살펴보라. 오늘날 세계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신자유주의, 페미니즘 등 온갖 이념이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그중에 특정 이념을 신봉하고 그것만을 전부라 믿는 자를 조심해야 한다. 자신과 다른 이념을 가진 자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국왕 앙리 4세는 가톨릭 신자였다가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로 개종하였다. 그러다가 발루아 왕가 마고 공주와 정략 결혼을 한 뒤 가톨릭 세력에 의해 인질로 붙잡히자 가톨릭으로 개종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그곳을 탈출해 정권을 잡았으나 프랑스의 피비린내 나는 신구교 갈등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앙리 4세는 개신교로 되돌아갔다가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였던 파리 시민들의 인정을 받고자 가톨릭으로 다시 개종하였다. 그는 무려 여섯 차례나 신교와 구교 개종을 반복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종교 자유를 허용하는 '낭트칙령'을 발표하였다. 낭트칙령 이후 신교도와 구교도는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게 되었고 프랑스에는 '관용'을 중시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원흉으로 알려진 폴 포트, 그는 집권 3년 6개월 기간 동안 수백 만을 학살하였다. 폴 포트는 유학시절 공산주의 이념에 매료되어 귀국한 뒤 크메르루주라는 게릴라 단체를 조직해 활동하였다. 그러면서 중국 모택동과 소련 스탈린을 본보기 삼아 캄보디아를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고자 시도했다. 그는 프놈펜에 살던 250만 시민을 시골로 내려 보내 집단농장에서 강제 노역을 시켰다. 지식인은 모두 색출해 학살하였다. 폴 포트는 자본주의에 물든 자들을 몰아내고 농업에 기초해 평등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고자 캄보디아를 지옥으로 바꾸었다.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등의 나라들은 유고슬라비아 연방국가를 이루어 티토 시절만 하더라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며 평화로이 살았다. 티토는 부친이 크로아티아인이었고 모친은 슬로베니아인이던 혼혈 출신이라 민족적 편견 없이 공존의 질서를 추구하며 중립과 실리 외교로 유고 연방을 부강한 나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그가 사망하자 민족주의가 발흥하였고 끔찍한 내전과 인종청소가 이어졌다. 종교와 문화,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민족을 없애고자 '인종 청소'를 벌인 것이다. 이런 대학살극이 20세기말에 벌어졌다. 
 
인류는 성숙하려면 아직 멀었다. 지난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어리석은 행동을 거듭한다. 종교, 인종, 문화, 민족, 이념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21세기에도 '인종 청소'는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거창하고 아름다운 이상을 제시하는 종교, 이념이라 할지라도 다름과 차이를 존중할 줄 모르고 한 가지만 맹종하도록 강요한다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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