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단풍나무 뿌리를 뽑다
솔샘정원 홍단풍나무 한 그루가 말라죽었습니다. 수령이 적어도 30년은 넘어 보이는 나무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홍단풍을 거의 한 해 내내 보았는데, 이토록 큰 나무가 갑작스레 말라죽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하였습니다. 죽은 나무를 베어내고 그 뿌리를 캐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위쪽 가지들이야 그리 어렵지 않게 톱으로 썰어내었습니다. 하지만 아래쪽은 너무 두꺼워 작은 톱으로는 톱질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단풍나무는 매우 단단한 재질이더군요. 뿌리를 도끼로 잘라내서 캐려고도 해 보았습니다. 빙 둘러서 도끼질을 하고 줄기를 흔들어 보았더니 나를 비웃듯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깊숙이 박혀 있었습니다. 별 수 없이 도끼질로 밑둥을 연필 깎듯이 조금씩 파내었습니다. 그런 다음 톱질을 하여 겨우 잘라냈습니다.
이어 밑 뿌리를 없애려하였으나 그 작업은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도끼질, 괭이질을 하고 아무리 흔들어 봐도 밑 뿌리는 꼼짝도 안 하였습니다. 전기 기계톱이 있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겠지만, 없으니 몸으로 떼워야하는 형편이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겨우 위쪽만 절반으로 쪼개 틈을 만든 뒤 불을 놓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탄 뒤 연기가 많이 나서 멈췄습니다.
다시 도끼질을 하고 큰 망치까지 써 가며 쪼개려 해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러기를 연 사흘... 어제는 다시 불을 태우고자 시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겨우 절반은 없앴으나 나머지 절반은 굳건히 버티더군요. 오늘은 아침부터 비까지 내려 작업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해 보자는 생각으로 도끼질을 하고, 곡괭이로 주변을 팠습니다. 그러자 조금씩 움직이더군요. 흔들리는 밑 뿌리를 더 세게 흔들자 아직 잘려 나가지 않은 뿌리들이 보였습니다. 그걸 도끼로 찍어 내자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리하여 거의 나흘 만에 밑 뿌리까지 없애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포클레인이나 전기 기계톱으로는 간단히 해결할 일을 사람 혼자서 도끼나 곡괭이 같은 도구로 작업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순전히 "누가 이기나 보자"는 마음으로 나무 뿌리와 돈키호테처럼 싸웠습니다. 빈자리에는 감나무를 심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