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늑대인간' 보다 더 돋보이는 노르웨이 여성

솔샘인 2023. 2. 14. 00:09

 

노르웨이의 공포 영화 '바이킹 울프'(Vikingwolf, 2022)를 보았다. 이런 영화를 보고도 노르웨이 사람들은 무섭나 보다. 한국에서는 바이킹 울프를 훨씬 능가하는 '부산행'(2016), '창궐'(2018), '반도'(2020) 같은 좀비 영화나 드라마 킹덤(2019) 따위가 진즉 휩쓸었다. 그래서일 거다. 바이킹 울프를 보고 솔직히 소름 돋기보단 다소 지루하고 싱거웠다.

노르웨이는 8세기부터 11세기 초까지 살았던 항해 민족 바이킹 후예이다. 지금도  '노르드'(Norse)라는 말은 바이킹 시대의 종교, 신화, 문화를 설명하는데 쓰인다.  추운 북유럽이자 바이킹 후예라 그런지 노르웨이에서는 '바이킹과 늑대인간'을 떠올리곤 하나 보다. 하긴 북유럽 신화의 주신(主神)인 오딘(Odin)은 게리(Geri, 탐욕스런 자)와 프레키(Freki, 굶주린 자)라는 두 마리 늑대를 항상 데리고 다닌 걸로 알려졌다. 오딘 신은 지혜와 전쟁, 마법, 죽음의 신인데, 전쟁에서 죽은 자들을 자신의 부하로 삼고자 두 마리 늑대에게 죽은 시신을 뜯어 먹게 한다. 

 

북유럽 사람들은 바이킹이나 오딘 신화를 잘 알기에 영화 '바이킹 울프'에 나오는 괴물 '늑대인간'이란 발상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거다. 하지만 한국에서 '늑대 인간'은 낯설고 공감하기 힘들다. 더욱이 바이킹 시대 노르망디의 어느 수도원에서 튀어나온 늑대 인간의 혈통이 천 년 동안이나 은밀히 이어진다는 시나리오는 아무리 영화라지만 너무 지나친 허구로 보인다. 

 

공포물 치곤 너무 수위가 약한 이 영화의 전개보다 내 시선을 잡아 끈 요소는 딴 데 있었다. 노르웨이 사람들 사는 모습이 그것이다. 노르웨이는 세계 행복지수 10위 안에 드는 복지국가 중 하나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크워크(SDSN)가 작년 3월 발표한 '2022 세계 행복 보고서'에 의하면 노르웨이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웨덴에 이어 행복 지수가 세계 8위이다. 그들은 대체 어찌 살기에 삶의 질이 높고 행복한 지 궁금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여성'이다. '늑대인간'이 된 17세 소녀 탈레(에리 리아논 뮐러 오스보우 르네 역)와 그의 엄마이자 경찰인 리브 (리브 미에네스 역)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산악지대에 있는 뉘보라는 마을에 산다. 뉘보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닌 것 같다. 리브는 스웨덴에 살다가 뉘보 경찰서 서장으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리브는 '서장'인데도 마치 한국의 순경처럼 사건사고 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닌다. 한국의 경찰 서장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이 영화에서는 뉘보에서 15년 동안 군수를 하였다는 한 여성도 등장한다. 이처럼 노르웨이에서는 여성이 경찰 서장, 군수를 하는 일이 예사로 있나 보다. 실제로 그런지 알아봤더니 현재 노르웨이는 양성 평등 정책이 강한 편이라 지난 10년 사이 여성 총리만 해도 여러 명 나왔고 2018년에는 여성 경찰청 국장, 국방장관도 배출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는 뤼보 고등학교 교실이 두어 차례 나온다. 그런데 선생님이 청바지를 입은 상태고 마치 아이들과 친구처럼 수업한다. 깨끗하고 쾌적해 보이는 자연환경과 주인공 탈레가 자전거를 타고 여기 저를 다니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건 노르웨이 남성들이다. 리브 서장은 동료들과 함께 괴물 늑대인간을 처치하고자 깊은 산속을 헤매며 쏘다닌다. 그러다가 폐광의 통풍 수갱을 하나 발견한다. 탐지견이 그 수갱을 보고 마구 짖어 대는 걸로 보아 누군가 들어가 그 내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남성 동료 경관들은 총을 손에 들고도 겁에 질려 아무도 그 탄광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그러자 결국 여성인 리브가 그 수갱으로 들어 간다. 

이 영화가 묘사하듯이 노르웨이 남성들이 그렇게 겁이 많고 약하진 않을 거다. 강한 여성 서장을 묘사하려다 상대적으로 남성 동료들을 너무 연약하게 그린 거 같아 현실성이 떨어져 보였다.  리브는 늑대인간과 사투를 벌이다 팔을 물렸는데도 병원에서 팔에 깁스만 하였을 뿐 금세 회복되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자신의 딸 탈레가 늑대인간의 공격으로 어깨에 상처를 입은 뒤 그 감염으로 늑대인간으로 변하고 마는 설정과 너무 대조적이라 앞뒤가 안 맞다. 

 

영화 '바이킹 울프'는 작품 구성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긴장감이나 스릴도 별로 찾아 보기 힘들다. 그렇지만 비교적 보기 드문 노르웨이 영화라 그들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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